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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Oct 26. 2016

[不和] 평범한 가정

꼬꼬마의 글공간



그는 눈물을 흘렸다.
교통사고로 다친 아들의 병실 밖에서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그토록 잔인하고
그토록 독하고
그토록 거칠던 그가 나약하게 보인다.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한없이 무섭고
한없이 이기적이고
한없이 자신만 생각하는
그런 욕심이 가득 찬 사람이다.


그런 그가 아들이 다쳤다고 해도
절대 눈물을 보일 사람이 아니였다.


그의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변질된 것 같은 장면에 숨이 막힌다.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무책임하고 능력 없는
그런 울타리는 생존의 의미를
더욱 각인시켰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이 돼서
트라우마처럼 머리 속에 박혀
동전의 의미조차 거대해진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
휘청거리다 현관의 신발장이 부서질 때
잠들어 있던 작은 평화가 부서진다.


그렇게 터무니없이 위축되어 버리고
겁쟁이가 되어 인간의 존재가
공포가 되어버린다.


겉으로 타인이 보기에는 평범한 가정
그 속에는 작은 음식물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고
곰팡이가 피어나 여기저기 썩어간다.


마음, 감정, 평화, 사랑, 애정


자라는 아이는 인간의 공포를 더 깊게 깨닫고
타인의 존재는 점점 더 적이 되어 본래의 인간성을 잃어간다.


뒤늦게 깨닫는 사람의 두뇌는
뒤늦게 후회를 깨닫고 찾아와
과거의 울타리를 다시 바라지만
이미 가족의 의미를 잃었다.


단순히 남이 되면 되지만
욕망과 집착은 끊임없이 가족을 바란다.


꺼져! 꺼지라고! 제발 좀 꺼져!



동생의 병실 앞에서 흐느껴 우는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분노를 쏘아댄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는 주변의 일렁임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울고 있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행복하고 싶다고...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말라고...


그토록 애원해왔던
마음속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고
그토록 소리쳐왔던
목소리도 외면하고 귀를 막는다.


작았던 신체의 힘만큼
나약했던 과거는 그것을 인정하며 굴복했고
강해지고 커진 신체는
쉽사리 그에게 분노하며 넘어뜨리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부서진 울타리는
인간성을 부축인다.



밖에 무슨 일이 있나...



병실 문을 열고 나오는 그의 아내는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말없이 다시 병실로 퇴장한다.

말릴 수 없던 그의 모습만큼
비슷하게 닮아 있는 분노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깊은 숨을 내뱉고
누워있는 아들의 손이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움켜쥔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몇 마디 말로 과거의 일들을 무마시키려는 것 같은
사과는 허탈감만을 불러오고
분노에 지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정신이 돌아오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느낀다.


진정하고 한참 뒤 일어나 그를 등지고 병실로 들어가
동생과 어머니를 보자 다시 감정이 복받친다.



죄송해요 소란 피워서



어머니 옆에 앉아 동생을 바라보자
금방이라도 일어나 배고프다고 말할 것 같은
희망과 불안함의 감정이 교차한다.



금방 털고 일어날 거다 너무 걱정하지마



어머니는 그가 아들이 다치고
매일 찾아온다고 얘기해준다
매일... 매일... 찾아와 어머니에게 먹을거리를 사오고
말없이 병실 밖에서 한참을 울다 간다고 말한다.
그런 어머니의 작은 의도를 느낀다.



여자에 미쳐서 외면할 땐 언제고... 빌어먹을 인간...



병실 밖으로 나가 그 빌어먹을 인간을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그가 지옥으로 떨어졌으면 바라지만
꼴에 아버지라고 아주 조금 안쓰러움을 느낀다.



들어가 보세요 아들 얼굴은 보고 가야지...



병원 밖으로 나와 흡연구역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문다.
쉽게 타들어가며 사라지는 담배만큼
쉽게 피어오르며 사라지는 연기만큼
쉽게 분노를 가라앉히고
쉽게 용서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

이미 마음은 그를 용서하려 벽을 허물고
깊은 감정의 고리를 분리시키려 갈등한다.
가족이기에
가족이기에
그렇기에 쉽게 모든 순간들을 분노했고
그렇기에 쉽게 모든 것을 용서하려 한다
가족이기에...



깨어났다 깨어났어 얼른 와 빨리! 빨리!



전화 건너편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동생의 병실로 달려간다.


앞으로 가족은 모두가 함께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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