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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Feb 02. 2017

[觀察] 그녀의 연애_2-3

꼬꼬마의 글공간


그녀의 애인, 즉 친구는 나에게 얘기한다. 그는 어느 시점에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너무 많이 외로웠고 그게 아주 많이 힘이 들었다고 한다.
분명 이유를 알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외로움은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고
취미생활로 친구들과, 즉 나를 포함한 고추 집단과 자주 여행을 다니고 쇼핑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해도 마음에 응어리가 계속 남아서 항상 불안함이 있었다고 한다.
술잔을 잡고 있는 친구의 검지손가락이 계속 떨리고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여자 한번 사귀어 본 적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우연하다고도 할 수 없는 기회로 여자를 처음으로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미 오래 알고 지내 아는 얘기지만 조용히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때도 내가 알고 지내는 이성을 우연하게 친구와 함께 만나게 되었고
둘은 나 몰래 급속도로 깊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나는 그 둘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연락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남의 연애사를 알고 싶지도 않았고 이별하고 칭얼대는 주변이 싫어 그다지 참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는 여자를 사귀게 되면서 모든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 같은, 지구가 아닌 저 먼 우주 건너편으로 여행을 가는 느낌... 듣다가  너무 오그라들어 욱할뻔했다.


너무 많이 사랑하고 싶었고,
너무 많이 좋아하고 싶었고,
모든지 전부 해주고 싶었고,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었고,
그만큼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주길 바랬다고 한다.


"맛본 섹스가 그렇게 좋았냐?"


친구는 잠시 머뭇거렸다.
나의 말뜻이 정곡을 찔렀으리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무언가 갈등하는 듯 보였다.
친구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처음 그렇게 사귀게 된 사람과 옷을 전부 벗고 섹스를 할 때 상대방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정말 진심으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 채워짐은 너무나 달콤했고,
그 순간은 마음속 응어리가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고, 설마 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을 나누는데 이별로 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야 임마 사랑이 섹스냐? 섹스가 사랑이냐?"
"그건 아니지.."
"그럼 네가 본질적으로 원하는게 뭔데?"
"무슨 뜻이야?"
"섹스야 아니면 다른 어떤 요소인 거야?"


말은 뱉었지만 나라고 별반 다를게 없다는 작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친구는 섹스와 사랑이 이때부터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별 후에 가장 자신이 한심했을 때는 사랑했던 좋은 추억들을 생각하려 하면
옷을 벗고 뒤엉키는 기억들이 자주 떠올랐다고 한다.
친구는 감정이 격해지는지 소주잔을 들어 술을 목으로 넘긴다.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조용히 술병을 들어 친구 잔을 다시 채운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친구가 알지 못하도록 그녀에게 이곳의 장소를 알려주며
애인이 취했으니 당장 달려와 데려가라는 문자를 남긴다.


"이제 과거 사귀었던 사람 얘기는 하지 말자"
"알잖아 나 정말 힘들었던거..."
"알아, 서로 좋았고 안 맞아서 헤어졌을 뿐이지 네가 자진해서 왜 피해자가 되려고 해"


친구의 말을 막아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인을 원망하고 아팠던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고, 너무 아팠다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몰아가는 흔한 연애 패턴을 만들어 갈 것이다.
친구가 얼마나 그 사람을 사랑했고 오랜 시간 마음 아파했는지 알고 있지만 감정의 고리에 순순히 뒤엉키는 꼴이 보기가 싫다.
친구는 다시 입을 연다.


"나... 이번에는... 한번 헤어졌지만 정말 잘 해보고 싶다..."


누군가를 향한 감정의 곡선이 이리저리 휘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친구가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반복하다 보면 더 성숙한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잘 도와줘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는다.
다만 주변의 연애를 관찰하다 보면 나 자신의 해답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얼마 후 그녀가 도착하고 친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술이 번쩍 깨는 듯 보이다 술을 먹자고 보챈다.
그녀가 친구의 옆에 앉고 술이 취한 망나니는 계속 그녀에게 바짝 달라붙어 애정을 원하는 눈빛을 보낸다.
이미 친구에게는 나의 존재가 사라져 없어진 듯했다.


"나. 쁜. 세. 끼. 쳐. 죽. 일. 놈"


그녀와 친구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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