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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Jul 26. 2017

(存在)나

꼬꼬마의 글공간


*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태어났으며 무슨 존재 의의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두려워졌다.
내가 갑자기 죽게 되고 존재했던 모든게 사라진다면 나는 사후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부모 배 속에서 태어난 아기의 뇌에는 본능 외에 아무 내용이 없었듯 결국 텅텅 빈 존재가 다시 텅텅 비어져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게 존재가 생겨났듯이 존재 자체가 사라질까.

아니면 신이 존재하여 천국이나 지옥 혹은 다시 영혼이 인간으로 환생하게 되는 것일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신의 계획인지 유전자의 결합에 의한 당연한 결과였던 것인지 나의 기억 속에는 내가 왜 태어나게 되었고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것을 명확하게 얘기해주는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었고 죽음이라는 것이 공포스럽고 두렵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의 생명이 아직까지 몸에 붙어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의 생각에 한계선이 오랜 세월 동안 모호했던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을 끝도 없이 죽였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의 물질을 착취했고
누군가는 신이 되기 위해 높은 건축물로 하늘에 닿으려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은 신이 되지 못하자 수없이 많은 신들을 만들어내고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진실에 대한 진실의 해답은 항상 뒤바뀌고 뒤엉켜 진실은 진실이 될 수 없었으며 믿음이 진실이 되기도 하며 신앙은 인간의 존재 의의를 만들어내 주입되어졌다.


나는 궁금했다.

정말로 죽음 후에는 모든 존재가 사라지고 나는 무로 돌아갈까.
정말로 죽음 후에는 어떤 사후 세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결국 이런 고민들도 지금껏 주입 되어진 인간의 개념이라는 틀 안에서의 한정된 생각들일 것이다.

진실은 정말 간단하게 무로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고
좀 더 광범위한 인간의 생각과 지식이라는 틀을 벗어난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막연하다. 인간은 항상 막연한 무언가를 쫓아간다.

궁극적인 존재 의의를 알지 못하고
인간들이 만들어낸 사회라는 틀 안에서
인간들이 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막연함을 따라간다.
모든 것은 이루었지만 이루었다 말할 수 없다.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며 철학적 고뇌는 검증된 진실만이 중요하며 존재에 대한 고민조차 조작 되어진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존재가 생겨나자 이미 우리는 사라져가고 있다.


무한대의 시간 안에서 어느 순간 죽을지 모르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궁극적인 인간의 존재에 대한 것들을 움켜쥐어보려 하기 전에 인간들이 만들어낸 작은 개념 안에서 신이 되려 했던 인간들처럼 서로 더 뛰어난 인간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더 가져야 하고

더 알아야 하고
더 건강해야 하고
더 신체적으로 뛰어나야 하고
더, 더, 더....
작은 존재는 더 많은 것을 욕심내고 탐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인간이란 이미 죽어가고 있지만 막연한 무언가를 이루려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대체 무엇을 위해?


당신은 대체 무엇을 위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다.
모든 인간은 애초에 생명에 대한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고 태어났다.
아니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신에게 선택하여 주어지게 된 생명일 수도..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

어떠한 생각들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이며
무엇을 이뤄가며 살 것인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는 잠이 들었고 크기를 알 수 없는 하얀 공간에 있었다
눈을 떴다고 하기에는 표현이 모호하였고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마 나는...


반갑습니다.
보통 인간의 단계에 배정받은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당신은 사회가 정한 일정한 기준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며
당신의 타고난 운에 따라 단계 상승의 기회나 단계 하락의 순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사회의 기준은 당신이 태어난 시대와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변화될 것이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입되는 개념, 지식, 행동, 진실, 거짓, 다양하게 주입되는 생각들을 발판 삼아
적응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보통 인간의 기준에 따라 몇 가지 당신의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당신의 뇌는 보통 수준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당신의 몸은 보통 수준입니다. 이하 내용은 같습니다.
셋째, 당신의 감정은 보통 수준입니다. 적당히 해로운 자극에 견딜 수 있으나 과부하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당신의 잠재적 유산은 보통 수준입니다. 당신을 낳아준 부모는 중간 계층임을 꼭 기억하십시요.
다섯째, 당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 모든 것은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신의 타고난 운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운은 모든 상황의 종합적 집합체를 의미하며 타인의 생각, 시대적 상황, 경제적 기준, 가치, 시기, 국가, 개인, 단체 모든 것들의 총체적인 맞물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신이 태어나게 되는 시대는 1990년대이며
곧바로 20여년 동안은 지식을 쌓는 활동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그 후 지식의 수준, 집안의 수준, 사회의 기준, 개인의 운과 선택에 따라
정해지는 경제 활동에 진출하게 될 것이며 노동 가능한 연령까지 약 50년 정도를 일하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 거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당신이 가지게 될 선택권은 지금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크게 제한될 것입니다.
해답은 있지만 해답은 없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인간의 삶 동안 그 해답을 찾아갈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인간의 개념으로 선택이란 여러 가지 중에 한 가지를 골라내는 작용이라고 합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선택을 골라낼 때
그게 온전히 당신 생각일 수도 있으며
타인의 생각이 포함될 수도 있으며
온전이 타인의 생각일 수도 있으며
그것은 사회의 기준으로 인해 결정되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태어나게 되는 것도 이미 선택이라는 것이 당신의 온전한 생각이 아님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살게 될 것이며
사회의 기준이 정해 놓은 획득해야 되는 일정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나 느끼고, 배우고, 경험하며 직접 알아가야 할 것이며 ..


"잠시만요. 저는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인가요?"






***
삐----------


"이봐! 뇌파 조절기 다른 거로 가져와"


누군가 나의 머리에 씌워진 것을 벗겨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최근 기억 소거하고 고객이 요청한 사후세계 프로그램 삼번 코스로 다시 세팅해 사망시간 임박했다"


삐----------






****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태어났으며 무슨 존재 의의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두려워졌다.
내가 갑자기 죽게 되고 존재했던 모든게 사라진다면 나는 사후에 어떻게 되는 것일까....



*****
"당신은 누구인가요..."


인간들의 단어로 인간들은 신이라 말합니다.


"당신은 진실인가요..."


반대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신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까?


"네..."


그렇다면 저는 진실입니다. 당신은 이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시간은 이천팔십오년 팔월 오일이며
사후세계 프로그램 삼번 코스로 편안하게 뇌 기능이 정지하였습니다.
이후 남아있는 신체는 소각되어 존재는 완전히 소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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