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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Jul 07. 2017

(平凡)평범한 하루

꼬꼬마의 글공간


그는 항상 퀭한 얼굴로 아침마다 직장에 입성했다.

매일 밤 직장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누워도 잠에 들지 못하고 항상 뒤척이며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했다.
부장은  출근한 그를 보며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오라고 손짓했다.


"어제 하라고 한 서류는 왜 내 책상에 없어?"


퇴근 시간이 다 되고서 시킨 보고서는 부장의 책상에 있을 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일에 대한 마음이 붕 떠버렸기 때문이다.


"어제 늦게까지 하다가 도저히 끝내지 못해서... 오늘 금방 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를 매섭게 노려보는 부장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방언이 터져 나올 듯 보였다.

부장 자신보다 늦게 출근하고, 시킨 보고서조차 해놓지 않은, 매일 아침 퀭한 얼굴로 기분을 축 처지게 만드는 부하직원이 눈에 이뻐 보일 리가 없다.
부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자리로 꺼지라고 손짓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아침부터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눈치를 보며 두리번 거렸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며 계속 한숨을 쉬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총무를 맡고 있는 미스김이 다가왔다.
얇고 작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괜찮아요?라고 묻자 그는 잠깐 동안 기운이 샘솟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동안의 불끈거리는 기운은 금세 꺼져버리고 괜찮아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짧은 대화 뒤로 뒤돌아가는 미스김의 뒷모습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적당히 마른 몸매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은 미스김의 엉덩이는 그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였고 이성에게 끌리는 늑대는 본능은 다시금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미스김이 파티션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뒷모습을 힐끗거렸다.
그것만으로도 직장에 붙어있을 이유가 되었다.
부장은 항상 그를 찾았다. 차라리 크게 이름을 부른다면 좋았다고 했을 것이다
알아채고 자신을 볼 때까지 그를 노려보며 압박하였다.
신입이나 예전 같았으면 시선을 느끼고 바로 단숨에 달려갔겠지만 이제는 십분 정도 부장의 시선을 회피한다.
작은 반항을 부리지만 더 늦는다면 화를 면치 못할 것이기에 부장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오라고 손짓하였다.
그는 항상 그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사무실에는 스무명의 남녀가 근무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그에게만 자잘한 일들을 부여하였다.
보고서를 복사해오라는 둥 자료를 찾아오라는 둥 새로운 보고서를 써오라는 둥 모두들 그가 부장에게 찍혀
불쌍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에게 귀찮은 일들이 튈까 조용히 존재를 감추려 애썼다.
미스김한테 밥한끼 먹자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그의 관심은 일보다는 다른 쪽에 치우쳐져 있었다.
그녀는 매우 매력적인 직원이다.
한창때의 젊은 나이에 얇은 다리, 풍만한 엉덩이와 가슴, 고양이 같은 얼굴은 부장조차 미스김의 앙탈에는 방어하지 못하고 헤헤거리며 그녀를 업무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저 일이 너무 많아요라며 부장에게 애교를 부릴 때면 일부 직원들은 짜증 나는 얼굴로 푹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찍혀버린 그에게는 미스김의 많은 업무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을 달갑게 여겼다.
혹시 이것 때문에 미스김과의 연결고리가 유지되어 무슨 일인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미스김은 자신의 업무가 그에게 많이 가는 것에 미안함은 느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와 애교가 아주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사용하면 일을 적게 할 수 있었고 그것은 꽤 나쁘지 않은 것이라 느끼며 편하게 직장생활을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또다시 부장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며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에게 오라 손짓하였다.

건네준 것은 미스김이 해야 할 정산 업무였고 그는 멍청하게 속으로 좋아하며 서류를 가지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왔다.
미스김이 그에게 다가와 어떻게요 죄송해서라며 그의 팔뚝을 붙잡으며 무기를 사용하였다.
밝게 웃으며 괜찮아요를 연발하는 바보 같은 그는 그녀가 뒤돌아 가며 파티션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엉덩이를 쳐다보며 속으로 헤헤거렸다.
업무도 해주고 미안한 일도 많이 생기다 보면 밥 먹는 것도 거절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그의 망상에는 사귀자 해도 수락해주겠지와 같은 모순이 숨어있었다.


"담배 한대 태우러 가자"


동갑의 직장동료인 황비홍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자주 그에게 같이 담배를 태우자 하였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태울 때면 황비홍은 그에게 정신 좀 챙기라고 항상 툴툴댔다.
황비홍의 아버님은 중국 무협 영화의 광팬이었으며 그중 황비홍의 이야기를 엄청나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 이름을 황비홍으로 짓고 그를 무술인으로 키우려 했다고 한다.
아무튼 황비홍은 그의 그런 바보 같은 생각과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둘은 자주 술을 마시며 이러한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황비홍은 알고 있다. 그가 직장생활을 버티려면 그런 바보 같은 이면이 필요했고 그렇다고 아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작은 정의감과 그가 없다면 또다시 누군가는 부장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황비홍은 자주 얘기했다.


"미스김은 너한테 아무 관심 없다니까?"


그럴 때마다 그는 황비홍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하였다.

자신이 미스김과 잘 되고 나면 그녀의 친구들을 섭외하여 연결해 주겠다며 아주 먼 미래까지 이미 앞서가고 있었다.
이런 담배 피우는 시간조차 부장은 탐탁지 않았는지 그의 휴대전화가 울려댔다.



부장은 퇴근시간을 절대 지키지 않는다.

자신이 집에 가지 않는다면 본인보다 아래인 직원들이 절대 쉽게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부장은 자신의 위치가 항상 흔들흔들 위태롭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업무 속도도 빠르고 문서도 깔끔하게 잘 써오고 컴퓨터도 잘하는데
본인은 나이가 먹을수록 새롭게 바뀌어가는 업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진다.
그렇다고 딱히 노력하지도 않는다.
뒤처진다는 것도 알고 있고,
요즘 젊은 것들이 일을 매우 잘하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의 업무가 이상하리 만큼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오는 사장의 지시마저 아래에게 떠민다.
실상 하는 업무는 없을 정도이고 관리자 급이라는 자신의 지휘를 합리화하며 관리라는 명목 아래 직원들을 잡들이 한다.
궁기를 잡지 않으면 아래 직원들이 펑펑 놀기만 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잡들 이를 하는 것이 본인의 위치에서 정당한 업무라고 착각하며 항상 공포를 조성한다.
사무실에서의 심한 잡들이 후에는 안심한다. 그럴 때면 본인의 위치가 아직도 뚜렷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장은 정규직 두명분의 월급을 받는 회사에서 일을 제일 적게 하는 직원이다.
그래서 불합리하게 많은 업무를 부여해도 금세 금세 해오는 젊은 그가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퇴근시간이 항상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

미스김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저쪽 독불장군처럼 일어나지 않는 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누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인지 자녀들과 어색해서인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도대체 할 일도 없으면서 왜 퇴근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부장은 퇴근 시간이 되면 다들 퇴근하라며 마음 넓은 척을 한다.
잠시 후 부장은 퇴근을 하며 먼저 간 직원들이 누가 있는지 유심히 자리를 두르번거린다. 
아마 다음날 먼저 간 그들은 괜한 짜증의 대상이 될 것이다.
퇴근 준비를 끝마친 미스김이 밖을 나가기 전 그에게 다가와 묻는다.


"왜 퇴근 안 하세요?"

"이제 해야죠. 하던 것만 마무리하고 가려고요"


미스김은 그의 책상에서 그녀가 해야 할 품의 서류들이 수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것을 못 본척하며 밝은 미소를 지어주고 퇴장한다.
그는 미스김이 나갈 때까지 그녀의 엉덩이를 쳐다보며 언젠가는... 언젠가는 꼭 정복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시 일에 집중한다.
퇴근을 하려던 황비홍이 그의 책상을 보더니 불만을 가득 품고 말한다.


"얌마, 왜 퇴근을 안하고 넘의 일을 하고 있냐"

"이제 다 했어, 인제 퇴근해야지"
"소주나 한잔하고 들어가자"
"좋지~"
"족(足) 같으니 소주라도 한잔 넘기고 너한테 지랄 좀 해야겠다"
"나의 미스쨩(미스김)에 대한 사랑을 또 질투하려는군?"


그는 서류를 대충 모아서 정리하고 가방을 들고일어난다.

그들은 직장에서 만났다.
동갑에 비슷한 입사 시기, 전쟁 같은 직장생활에서 그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비슷한 처지의 같은 부류는 서로를 의지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동료이다.
회사에서 너무 가까운 술집은 상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 회사와 집의 중간지점의 자주 가는 선술집을 간다.


그들은 항상 비슷한 패턴의 생활을 빙글빙글 돈다.

회사, 집, 술집, 상사 욕 그리고 야한 이야기...
딱히 관심이 가는 것도 없고 즐거운 생산적인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모든게 너무 무미건조하다.
삶은 고달프고
일은 힘들고
돈은 항상 부족하고
무언가 시도하려 해도 기운이 나질 않는다.
그는 소주를 한잔 마시며 황비홍에게 또다시 호언장담을 한다.


"내가! 기필코! 미스김을 꼬셔서 정말 맛있게 먹어줄 테다!"

"인간이 음식이냐 뭘 또 맛있게 쳐먹어"


황비홍이 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는다.

한편으로는 그가 크게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본인도 그런 작은 핑크빛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이직에 대한 고민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라고
그와 마찬가지로 황비홍도
직장생활은 힘들고
돈은 궁핍하고
동료에게만 기대기에는 점점 더 마음이 힘에 부친다.
황비홍은 얘기한다.


"여자도 사귀고 결혼도 하게 되면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애기도 생긴다면 이제 절대 직장을 그만둘 수 없게 되는 거겠지?"
"지금도 내 인생이 없는거 같은데 그럼 앞으로 평생 내 인생이 없겠지?"
"자위하는 시간보다 즐거운게 앞으로 있을까?"
"지금 어떤 의미를 찾아간다는건 늦었겠지?"
"응,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 딸딸이를 쳐야겠지?"
"차라리 돈을 조금 벌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진정한 딸딸이 꾼이 되어 팔씨름 세계대회 우승할 거 같은데?"
"야이 미친놈아 무슨 얘기가 계속 딸딸이로 흘러가!"


술집을 나와 집을 향해 비틀비틀 걷는 황비홍에게 그가 소리친다


"야~! 집에 가면 시원하게 딸딸이 한번 치고 푹 자라!"


그리고는 황비홍이 택시를 잡아타는 것을 확인하고 뒤돌아 그도 택시를 잡아탄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로 누운 그는 잠시 멍해진다
자신만 있는 작은 원룸 안은 항상 너무 외롭다고 생각한다
손을 바지에 집어넣어 성기를 바짝 세우려고 꼼지락거리지만 반응이 없다
아까 바라본 미스김의 엉덩이를 상상하며 천천히 펌프질을 하자 조금씩 생기를 찾으며 딱딱해진다


'그래, 좋아, 이거야, 오우, 기필코, 마무리를, 으어...'


결국 피로에 이기지 못하고 절정의 총알은 불발탄이 된다

그렇게 오늘도 싸지 못하고
그는 잠에 빠져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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