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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탕상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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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무니 Jul 02. 2019

맛있는 고등어는, 고등반점

탕상수첩, 두 번째 기록

푸른 눈의 그대는 등 푸른 생선 고등어를 먹어봤는가

기름에 구우면 노릇하니 혓바닥에 착착 붙어  

젓가락으로 속살 갈라치면 거침없이 풍미를 뱉어내는,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쓰리로 가득한


등 푸른 생선을 그대는 먹어봤는가


디에이치에이는 두말하면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문소리,

박하사탕 같은 청량한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원한으로 가득한


등 푸른 생선을 그대는 먹어봤는가


그런 고등어를, 그대는 먹어봤을까


- 고등어천가 -



  


손가락 길이를 넘어가는 탕수육은 헛구역질을 유도하는 데 최고다. 손가락이 닿지 않는 목 구녕 깊숙한 곳까지 건드려 줄 수 있으니까. 때론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누가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나를 죽이고 싶을 때. 숙취로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면, 활인용 탕수육을 섭취하자. 물론 음식물을 집어삼키는 데 최소 30번의 저작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칭찬한다. 대단한 운동신경이다.





탕수육으로 헛구역질에 성공했다고, 그 결과물이 이렇다고, 그래서 이런 담음새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운동신경에 미적 감각까지 고루 갖춘 완성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모든 완성형 인간이 늘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니까. 나방이 되길 준비하는 누에고치처럼, 성숙한 굴튀김의 준비된 자세는 그것을 앞에 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맛의 상상력을 제공한다. 상상하지 못한다면, 김성숙한 굴튀김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혹시 이게 꿈이란 걸 그대가 알게 하지 않을 게 아니라면 상상하자.  





들어온 곳은 분명 중식당인데 약과 조림이라는 신 메뉴를 판매하고 있으니 이리 신묘할 수가! 한 입 털기도 전에 또한 그 맛을 상상해보자니 달달한 약과 맛이 각종 채소, 균류들과 어우러지면 그것 또한 일품이겠거니 했다. 약과의 단단함이 거슬릴 순 있겠으나 유전의 힘으로 탄생한 강철 황니 덕을 이참에 맛보겠구나 했다. 그랬다. 난자완스, 참 맛있었다.

 



군만두 나선환이다. 만다라 양식에서 기인한 작품인데, 우주의 이치가 하나의 뜻으로 모아지는 걸 형상화했다.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기도 하고, 얼핏 보면 극락세계로의 인도, 부처의 엄지와 검지로 이루어진 중품중생인 같기도 하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개풀개풀개풀게풀게풀게풀어주게풀어주게고등어를풀어주게. 환경오염의 주범, 고등어를 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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