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이야기
'캐나다 출산기'라는 제목으로 다른 블로그에 둘째와 셋째 아이의 출산 이야기를 처음 썼던 것도 벌써 2년 정도 전의 일이다. 임신 기간 중 혹은 출산 후 둘째는 황달로 셋째는 단일 제대 동맥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별문제 없이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이 글들은 그냥 묵혀두기에는 추억이 많은 내용이라 브런치로 옮겨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 만에 그 글들을 꺼내 문장도 가다듬고 빠진 내용도 조금 추가하였다.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벌써 조금 기억이 안나는 내용도 있는 것을 보니 그때 기록을 남겨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쓴 글들은 주로 캐나다에서의 출산 이야기를 쓰느라 한국과 캐나다의 임신, 출산 과정에서의 차이점 중 원래는 쓰려고 했다가 적지 않은 내용이 조금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한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출산 경험을 한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한국에서 아이들을 모두 출산한 후 캐나다로 오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캐나다에서 출산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출산을 경험해 본 와이프가 느낀 몇 가지 차이점을 적는 것으로 '캐나다에서 출산하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와이프가 가장 먼저 손꼽은 것은 출산 당시의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출산할 때는 간호사분들이 분만 과정에서 힘을 잘 못 준다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혼을 많이 내었다고 한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아주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해봐', '좋아, 좋아'라는 식으로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출산할 때 아주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단순히 한국이 나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가 여기는 그냥 칭찬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보면,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해 나쁜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우리가 학교 생활을 잘하는지 물어보거나, Report Card(성적표 같은 것)에 적힌 것을 보면 보통 모두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 친구 관계는 어떤지 물어보면 항상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아이의 학업에 대해서 물어봐도 보통 잘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을 해준다. 그래서 어떨 때는 우리 아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문제가 없는 정도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그래도 캐나다에서 살게 된 시간이 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정확한 피드백을 받으려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누구누구랑 사이가 좋고 누구누구랑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식으로).
뭐 한 번 사는 인생 못한다고 혼나는 것보다 거짓말일지언정 칭찬을 받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스트레스는 적게 받을 테니.
그리고 한국에서는 출산 시 '굴욕 3종 세트'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여기는 그것이 없다고 한다. 즉, 캐나다에서는 출산 시 관장도 하지 않고, 제모도 하지 않으며, 회음부도 절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굴욕 3종 세트'라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좋아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또 캐나다에서는 세 가지의 굴욕을 당하지 않아도 출산하는데 별로 지장이 없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왜 굴욕을 주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것으로는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이다. 캐나다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경험담들은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서는 간단히만 이야기를 해야겠다. 캐나다에서는 출산 직후 간호사가 차가운 물 한 컵을 가져다주는데 와이프는 그 물이 그렇게 시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이 한국의 병원에 비하면 부실하기 그지없으니 평소에 많이 드시는 분들은 알아서 조금 더 챙기셔야 할 것 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옆에서 산부를 보좌하는 남편들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산 시 진통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모르고, 출산 후에도 은근히 대기 시간이 많으니 남편들은 알아서 비상식량을 잘 챙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식품은 빵이나 초콜릿 같이 언제 어느 때고 몰래 혼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물이나 음료수도 꼭 챙겨야 한다.
끝으로 캐나다의 다른 곳과 비교해서 킹스턴의 좋은 점을 언급하고 싶다. 킹스턴은 인구가 12.5만 명 정도로 다른 대도시에 비해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여유가 있고 참 친절하다. 아무래도 환자가 끊임없이 몰려오면 간호사들도 힘이 들 텐데 이것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듯하다. 또 대도시의 병원들은 분유나 기저귀도 병원에서 주지 않고 자기가 직접 준비해서 들고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킹스턴에서는 병원에서 모두 제공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출산을 18일 앞두고 타주에서 갑자기 이주해 온 우리도 아무 차별 없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고마운 곳이다.
그래서 앞으로 넷째를 낳게 된다면 또다시 킹스턴에서 나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