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검사 Oct 10. 2020

장례식장 검사

실다 살다 보니 별의별 곳에 검사를 다 간다

캐나다에서 처음 취업에 성공하여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역시나 영어였다. 입사하는 날까지 과연 내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돈을 쓰기 위한 영어는 쉽지만 돈을 벌기 위한 영어를 어렵다고 하던데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 사람들만 잔뜩 있는 곳으로 출근을 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시간이 지나고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기 시작하니 아주 못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기서 태어나거나 학교를 나오지 않은 이상 영어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화를 하는 것만큼은 그렇게 쉽게 넘겨버릴 수 없었다. 내 업무 중에서 전화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 얼굴도 보지 않고 이야기를 해야 하지 정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 브런치의 이름대로 나는 검사(Inspectcion)를 하는 사람이지만,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약속을 잡아야 하고,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메일(Email)을 쓰거나 전화를 해야 한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상대방이 약속을 잡기 위해서 나에게 전화를 하지만 처음 일했던 곳에서는 대부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 했다. 얼핏 보면 내가 전화를 받던, 전화를 걸던 어차피 전화를 하는 것인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전화를 받는다는 것과 전화를 건 다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전화를 받는 경우에는 우선 걸려 온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으니 상대방이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다. 전혀 모르는 번호라고 해도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 회사에서 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경우에는 보통 업계 사람이 아닌 일반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검사 약속을 잡아야 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누군지 혹은 무슨 일로 전화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서 뜬금없이 '나는 어느 기관의 검사원인데 그곳에 설치된 보일러를 검사해야 합니다'라고 한다면 누구나 스팸 전화를 의심할 것이다. 그래서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걸어라' 정도의 반응은 양반에 속했다. 개중에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 다시는 전화하지 말아라' 등등의 공격적인 반응도 많았다. 캐나다에 온 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이런 전화를 매일 몇 통씩 해야 한다니, 정말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이 험난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름대로 온갖 궁리를 했었다. 상대방에게 내가 속해있는 기관의 이름을 먼저 말해 보기도 하였고, 사스카추완 정부(당시 기관이 정부에서 분리된 지 얼마 안 됨)에서 전화하는 것이라고 말해 보기도 하였고, 검사 만료 기한이 다가와서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도 해봤고, 당신이 검사를 받는다고 비용이 청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해 보았다(검사 비용은 매년 지불하는 보일러/압력용기 면허에 이미 포함).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한다고 하여도 상대방의 반응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큰둥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마법의 문장 'How are you?'였다. 당시 어떻게 하면 전화 통화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사무실에 앉아서 다른 검사원들은 어떻게 전화를 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 보고는 하였다. 그런데 대부분 전화를 걸면 자기소개를 한 후 'How are you?'라고 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성격이 매우 특이했던 이란(Iran) 아저씨는 전화 통화를 하면 'How are you?'만 다섯 번 정도는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여기에서는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당시에는 그 문장을 말하는 게 뭔가 어색했나 보다. 'How are you?' 하면 'I a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시작하는 중학교 교과서의 예문이 생각나서 그랬을까? 어쨌든 자신을 돌이켜 보니 그때까지 나는 전화할 때 자기소개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보일러 검사 이야기를 꺼내고는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스팸 전화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되든 안되든 우선 전화를 걸어서 자기소개를 한 후 무조건 'How are you?'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상대방은 '뭐 이런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왔어?'라고 생각을 하는 듯 머뭇거리면서도(실제로 이런 생각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결국엔 'I am fine' 정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검사 이야기를 꺼내니 한결 전화 통화가 쉬워졌다.  






군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짬'이라는 단어는 참 훌륭한 표현 같다. 영어로 단순히 Experience라고 번역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다양한 노력과 고통이 녹아들어 있는 단어이다. 한국인을 표현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한(恨)'이라면 나는 직장 생활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짬'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생각 없이 시간만 보내서는 절대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짬'일 것이다.


아무튼 '짬'이라는 것이 참 대단한데, 첫 번째 회사에서 그렇게 고생을 한 데다가 캐나다에서 6년 정도 이 일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업무를 위한 전화 통화가 그리 어렵지 않다(심지어 캐나다 사람과 하는 모든 전화 통화가 어렵지 않다). 검사 요청을 하는 것이야 스케줄을 잡으면 되는 것이니 어려울 일이 없다. 기술적인 질문의 경우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대충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듣는 것이 쉬워졌다. 


만약 상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경우 이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화를 잘못 걸어왔을 확률이 높다. 즉, 이런 경우 대부분 회사의 다른 분야 검사원(지금 회사는 보일러/압력용기 말고도 Fuel, Elevator 등을 검사)에게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몇 달 전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단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전화였다. 보험회사가 어쩌고 저쩌고, 하이드로 어쩌고가 이래서 어쩌고 저쩌고, 머신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우선 어디에서 걸려 온 것인지 다시 물어보니 마침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장례식장(Funeral Home)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장례식장에 가서 검사를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듣자마자 이것은 내 일이 아닌데 잘못 걸려온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도대체 전화로 이야기를 하기에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보기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얼굴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장례식장에 가보게 되었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 장례식장은 대부분 병원에 붙어있지 않고 독립된 건물로 위치하고 있다. 


들어가서 처음 놀란 것은 생각보다 시설이 훌륭했고 사람들의 매너가 좋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곳이니까 그런가 보다. 나에게 전화를 했던 사람은 이 장례식장의 사장님으로 자리에 앉아서 무슨 말인지 다시 들어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말하는 기계의 이름이 너무 복잡하여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무리 들어보아도 내가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이 맞아 보였다. 이럴 때는 기계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낫기 때문에 잠시 기계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물론이라면서 흔쾌히 나를 다른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 방은 아주 특이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로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또 나쁜 냄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냄새가 났다. 방 안쪽에 있는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말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엄청난 기계가 나를 맞이했다.


OMG!! 누가 봐도 시신을 집어넣는 기계같이 생겼다. 


TV에서만 보던 영안실이 바로 이러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우선 누가 보아도 시신을 올려놓는 것으로 보이는 차가운 은색의 스테인리스 탁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주 특이하게 생긴 기계가 있었다. 이 기계 또한 누가 보아도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면 시신을 집어넣을 수 있는 기계였다. 


어쨌든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 기계를 살펴보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내가 검사를 해야 하는 압력용기(Pressure Vessel)의 일종이 맞는 것이었다. 압력용기와 보일러 검사는 벌써 몇 년째 해 오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서류가 없더라도 우선 검사를 하고 나서 나중에 서류 작업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그 방에서 나와 사장님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사장님께 검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말해 주었고 다음 주에 나도 나의 서류를 준비하여 다시 오겠다고 하였다. 


만약 사장님에게 진실만을 말해야 했다면 다음 주에 서류를 준비해서 오겠다가 아니라 다음 주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겠다고 했어야 했다.






일주일 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사장님과 함께 그 방에 들어갔다. 이렇게 문이 열리는 압력용기들은 반드시 내부도 확인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장님에게 기계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이번에도 흔쾌히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어 주셨다. 


문을 열면 대충 저렇게 시신을 집어넣을 수 있게 생겼다. 사진은 기계를 만든 회사 사장님. 사장님은 꾸러기(출처: 구글/Bio-Response Solutions)


기계의 문을 열자 이 방에서 계속해서 나고 있는 그 오묘한 냄새가 더욱 강하게 풍겨졌다. 이것은 정말 무슨 냄새라고 말하기 어려운 아주 오묘하고 괴상한 냄새였다. 소독약 냄새였을까 아니면 다른 냄새였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무슨 냄새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아무튼 검사 자체는 별로 복잡할 것이 없어서 십여분 정도 내가 살펴야 할 것들을 살핀 후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운전 중에 온도와 압력은 어떻게 되는지, 기계는 어떻게 작동이 되는 것인지, 내부에 압력은 어떻게 가해지는지 등등. 


당시 나누었던 이야기와 나름대로 찾아본 정보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장치는 물론 시신을 '화장'하는 장치인데 일반 화장처럼 고온의 열로 시신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Alkaline Hydrolysis (알칼리 가수분해)로 시신을 분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장치 이름이 Alkaline Hydrolysis Machine (알칼리 가수분해기)이다. 내가 화학 공부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수분해'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알리가 없었고, 그 결과 사장님과 처음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불로 시신을 태우는 기존의 화장과는 달리 이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은 물로 시신을 가수분해 하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방식을 '수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 말에는 다른 뜻이 있으니 여기서는 그냥 '화장'이라고 하자). 이 방식의 장점은 시신을 높은 온도에서 태우는 것이 아니라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분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에너지 절약, 독성 가스 무배출 등). 이 기계는 상압(Atmospheric)에서 작동하는 버전과 고압(약 65 psi, 450 kPa)에서 작동하는 버전이 있다. 상압 버전의 경우 시신을 분해하는데 약 14~16시간이 소요되고 고압 버전의 경우 약 6~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시신의 무게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름).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한 역사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길다. 이 방식은 1888년 동물 사체를 처리하기 위해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인간의 시신에 적용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18개 주에서만 이러한 방식으로 '화장'하는 것이 합법화되었으며, 캐나다에서는 2010년대 들어 사스카추완, 퀘벡, 온타리오에서만 합법화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나는 캐나다에는 3개 주밖에 도입이 되지 않은 꽤나 선진 기술을 검사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온타리오에서는 이 장례식장이 가장 먼저 이 기계를 도입해서 사용 중이다(다른 두 곳에 추가로 설치될 예정). 결국 나는 온타리오에서 가장 먼저 이 기계를 검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이때만 해도 나의 영광은 여기에서 끝날 줄로만 알았다.






이 장례식장에 검사를 다녀온 지 2~3주가 지나고 나서 나의 슈퍼바이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나에게 너네 동네에 이런 기계가 있다는데 알고 있냐는 것이었다. 나는 몇 주 전에 검사를 했고 특이사항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전화가 왔는데 이 기계의 Data Report(기계의 출생증명서 같은 것)이나 도면을 본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당시만 해도 무슨 일로 계속 물어보는 것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다른 주에서 동일한 기계에서 이슈가 있었나 보다(자세한 사항은 고객의 정보 보호를 위해서 생략). 그래서 결국 슈퍼바이저는 나에게 그곳에 다시 가서 한 번 더 검사를 하라고 요청을 하였다.


이럴 수가!


그런데 이번에는 절차와 서류 문제로 인하여 간단히 검사를 끝낼 수가 없었다. 내가 혼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 빨리 진행하겠는데 윗선에서 진행을 못하게 하니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서 주말이 다가왔다. 그 사이에는 기계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장님은 속이 무척이나 탔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전화를 해서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지만 나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죽겠다고 하였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윗선에 전화를 해서 빨리 좀 진행하게 해 달라, 지금 시신이 5구나 줄을 서있다고 말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런 독촉이 효과가 있었을까? 주말을 지나고 화요일이 되어서 모든 절차와 서류 문제가 해결되었다. 당시에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매일같이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독 그 날만 바빴다. 그래서 우선 알아서 시운전을 하고 있으면 내가 중간에 가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결국 다음 날 또다시 그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다. 이제 약간은 익숙해져서 여유 있게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전기 패널이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시운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사장님께 물어보니 순조롭게 잘 작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다음 문을 하나 더 열고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것저것을 살폈다. 그리고 사장님과 함께 기계에 대해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은 이날도 지난번과 다름없이 참 친절하게 말을 하셨다. 


그런 사장님의 온화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이야기를 하다 사장님 쪽을 보니 뒤에 있는 테이블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천 같은 것과 희끗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흠... 저게 뭐지?


뭔가 이상해서 시선을 돌려서 보니 그곳에는 정말 우리 말고도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니겠지 싶어서 다시 한번 힐끗 보니 정말 '무엇인가'가, 아니 '누구신가'가 계셨다(다행히 전체가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정말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프로페셔널하게(과연 사장님도 그렇게 느꼈을까?) 사장님에게 일단 방에 나가서 이야기를 더 해보자고 하였다. 방에서 나가니 약간은 진정이 되는가 싶다가도 나도 몰래 횡설수설을 하고 말았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어서 마무리하고 떠나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는 것 하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럴 수가!! 정말 다시 들어가기 싫은데!!!


정말 정말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그 방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후다닥 필요한 것만 확인하고는 나왔다. 그날 저녁, 밥을 먹다가 나도 몰래 내가 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 꽤나 무서웠다.






그때 그곳에서 맡았던 냄새가 가끔씩 느껴진다. 어쩌다가 청소 용품 냄새가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똥 싼 기저귀에서 그 냄새가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 읽은 글에서 뇌의 구조상 사람은 냄새를 가장 오랫동안 기억한다고 하던데 과연 이 냄새는 언제 잊힐까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마(Cannabis) 공장에서도 대마는 피우면 안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