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말 검사만 하는 김검사

라이킷 8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검사 Sep 21. 2020

대마(Cannabis) 공장에서도 대마는 피우면 안돼요

캐나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절대 해보지 못할 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대마(Cannabis) 농장이나 대마로 음료, 식품을 만드는 공장에 검사를 가는 것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캐나다에서는 대마가 합법이다. 지난 2018년 10월 17일 유흥을 위한 목적(Recreational Purpose)의 대마가 합법화되어 성인이 대마를 소지하거나, 피우거나, 대마 성분이 들어간 식품을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집에서 4포기(혹은 그루?, 대마를 세는 단위가 뭔지 모르겠다)까지 대마를 키울 수도 있다(주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음). 사실 유흥을 위한 대마가 합법화되기 훨씬 전인 2001년 7월 30일에 의료 목적의 대마가 이미 합법화되었기 때문에 기존에도 대마를 재배하는 농장은 있었다. 하지만 2018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대마와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을 하고 있다.

내가 검사를 담당하는 구역에도 대마를 재배하는 곳, 대마 추출물로 음료수와 초콜릿을 만드는 곳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대충 세어 보니 벌써 7군데나 검사를 다녀왔다. 물론 내가 직접 대마를 검사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시설에는 보통 보일러, 압력용기 또는 압력배관(Pressure Piping)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검사하러 가는 것이다.

대마 농장에 처음 검사를 가게 되었을 때는 몰랐는데 몇 번 가보니 특이하게도 대마를 재배하는 곳에서는 항상 이산화탄소 배관이 설치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은 왜 이산화탄소가 필요한지 너무도 궁금해서 배관 설치 업체에 물어봤다. 그랬더니 대마를 재배할 때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여주면 대마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욱 수율이 높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사과를 재배할 때 적당히 가물어야 사과의 수율도 좋아지고 맛도 좋아진다는 것을 들었는데 그와 비슷한 원리가 아닌가 싶다.

마침 내가 검사를 갔던 대마 농장이 뉴스에 소개된 화면을 찾을 수 있었다. 왼쪽 아래 'CO2 CHAMBER'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Global News)

대마 냄새를 맡아본 (혹은 피워보신?)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이것의 냄새가 썩 좋지 않다(스컹크 냄새와 비슷). 내가 처음 대마 냄새를 맡아본 것은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였다. 영국에서 돌아오는 출장길에 네덜란드를 경유했는데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난생처음 맡아본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다. 물론 처음에는 무슨 냄새인지 몰랐는데 그 냄새가 나는 곳 주변에는 어김없이 'Coffeeshop'이라는 가게가 보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대마를 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대마를 재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대마를 피워야만 이러한 냄새가 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마 농장에 검사를 다니다 보니 대마 자체에서 그 냄새가 엄청나게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문이 닫혀있어도 건물 밖에서까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냄새가 엄청났다. 만약 자기 집 주변에서 이것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면 이사를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정도이다.

한 번은 대마를 크기별로 구분하여 키우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이것은 정말 볼 만한 광경이었다. 모두 실내에서 재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밝은 LED를 껴놓고 있었는데 방 별로 어린 대마부터 다 성장한 어른 대마까지 종류별로 자라고 있었다. 냄새는 정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독했는데 여기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다 성장한 대는 거의 2m는 되어 보이는 듯했다. 나는 대마가 이게 크게 자랄 수 있는 식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모두들 '대마초'라는 말만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대마 나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캐나다 온타리오 스미스 펄스(Smiths Falls)에 위치하고 있는 캐노피 그로스 공장. 원래는 허쉬 초콜릿을 만들던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대마 초콜릿을 만든다.

한국에서도 주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들어보셨을 캐노피 그로스(Canopy Growth)의 공장이 마침 내가 담당하는 구역에 위치해 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마리화나 제조 시설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이든 아니든 정말 거대한 시설이긴 하다. 시설이 거대한만큼 대마와 관련된 모든 설비들이 다 있는 듯하다. 대마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마가 들어간 젤리도 만들고, 초콜릿도 만들고, 음료수도 만들고, 대마 성분을 추출해 내기도 한다. 진정한 원스톱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한 번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공장 담당자에게 팬데믹 와중에도 장사가 잘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팬데믹과 상관없이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처음 예상과는 달리 요즘에는 사람들이 피는 대마를 선호하지 않고 먹거나 마시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말고도 여기저기 대마 음료 공장, 대마 식품 공장이 많이 생기고 있나 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이 공장 건물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는 허쉬의 초콜릿 공장이었다는 것이다. 같은 건물에서 이제는 허쉬 초콜릿이 아니라 대마 초콜릿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공장이 위치한 스미스 펄스(Smiths Falls)는 인구가 1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도시로 허쉬가 떠나간 시점을 전후로 점점 쇠락해 가는 도시였다. 그래도 이렇게 번듯한 시설이 들어서서 경제도 살아나고 있으니 이 도시의 시장이 스스로 나서서 'Pot(대마를 일컫는 말 중 하나) Capital of Canada'라고 부를 만하다.

합법화 이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마(Cannabis) 가게. 우리 동네에는 월마트 건너편, 파티시티 옆에 있다. YAY!

끝으로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사항이 하나 있다. 캐나다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을 때 한국의 외교부에서 해외에서 대마초를 핀 경우에도 '속인주의'인 우리나라 법에 따라 향후 국내에서 이것이 적발된다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 사람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미국은 말할 것도 없겠고, 캐나다도 총기 소유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캐나다 영주권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 적발 시 처벌이 가능한 사항이 아닌지 궁금하다. 원정도박도 국내법으로 처벌받는 것을 보면 분명 해외에서 총기 소유도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다.

비록 나는 아직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그냥 정말 궁금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