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her's Bakery (Campbellford, Onatrio)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대호(五大湖)라고 불리는 Great Lakes 중 4개를 끼고 미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이 호수들은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오대호 또는 Great Lakes라 불릴만하다. Great Lakes 중에서 가장 면적이 작다는 온타리오 호(Lake Ontario) 조차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커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온타리오에는 이 Great Lakes 말고도 크고 작은 호수들과 강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물은 정말로 풍부한 곳이다. 얼마나 물이 많은지 예전부터 수력 발전이 발달하여 이곳에서는 전기세를 Hydro Bill(전기가 주로 수력 발전을 통해서 생산되어서)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한편 이렇게 워낙 물이 많은 지역이라서 그런지 온타리오에서는 오래전부터 운하(Canal)와 수로(Waterway)가 많이 건설되었다. 그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유용한 것은 역시 온타리오 호(Lake Ontario)와 이리 호(Lake Erie)를 잇는 웰랜드 운하(Welland Canal)가 아닐까 싶다. 이 운하는 나이아가라 폭포 때문에 끊긴 뱃길을 연결한 것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운하는 1932년에 완공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오랜 기간 운하와 수로를 건설했지만 곧바로 쓸모없어져 버린 것들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킹스턴(Kingston)과 오타와(Ottawa)를 잇는 리도 운하(Rideau Canal)이고 다른 하나는 트렌튼(Trenton)에서 조지안 베이(Georgian Bay)를 잇는, 즉 온타리오 호(Lake Ontario)와 휴론 호(Lake Huron)를 연결하는 트렌트-세번 워터웨이(Trent-Severn Waterway)이다.
리도 운하(Rideau Canal)는 1812년 캐나다(당시에는 영국)와 미국과의 전쟁 이후 군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1832년 완공되었다. 하지만 완공 후 군사 목적으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약 20여 년 정도 상업적으로 사용되다 철도 부설 등의 이유로 경제성이 사라져 사용이 중단되었다. 트렌트-세번 워터웨이(Trent-Severn Waterway)도 아주 초기에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건설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곧 상업적으로 사용하고자 1833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와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완공이 계속 늦어졌고 결국 1920년에야 온타리오 호(Lake Ontario)에서 휴론 호(Lake Huron)를 이을 수 있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래도 20년 동안 상업적으로 사용된 리도 운하와는 달리 이 트렌트-세번 워터웨이는 완공되자마자 처음부터 별로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당시에 사용되던 상업선들이 이 수로를 통과하기에는 너무 커져버렸고, 그 사이 철도도 부설되어 애초에 상업성이 전혀 없었다(혹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사대강 사업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니 그냥 그렇다고 하자).
이것들에게도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리도 운하와 트렌트-세번 워터웨이는 시작이 비슷했던 것처럼 그 이후의 삶도 비슷하게 바뀌게 된다. 결국 이 수로들은 현재 레저용 보트가 지나는 수로로 사용되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물도 잔잔하여 이 두 수로들은 매년 여름 수 천명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내가 일을 위하여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종종 트렌트-세번 워터웨이의 수문(Lock) 위를 통과해야 한다. 수문은 평상시에는 차와 사람이 다니는 다리로 사용되다 보트가 지나가게 되면 다리를 들어서 보트를 통과시킨다. 보트를 통과시기키 위한 신호에 잘 못 걸리기라도 한다면 십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갈 길 바쁜 나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염없이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나도 언젠가 배를 사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일 다니지 말고 꼭 저렇게 배 타고 놀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물론 꼭 배가 아니더라도 카누나 카약으로도 지날 수 있긴 하다).
이 트렌트-세번 워터웨이가 지나는 조그마한 동네 중의 하나가 바로 캠벨포드(Campbellford, Ontario)라는 곳이다. 캠벨포드는 인구 4000명 정도의 아주 작은 동네이지만 수로가 지나기 때문에 경치가 꽤나 아름다워 여름이면 꽤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을 한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조그마한 수력발전소(Ranney Falls Generation Station)이다.
1922년 착공되어 1926년 완공된 이 발전소는 약 15m의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며 2019년 완료된 확장 공사를 통해 현재는 20MW(10,000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상부에 댐을 설치하여 운하로 물을 돌린 후 낙차를 이용해서 발전을 한다. 이때 배들은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쪽에 위치한) 수문을 이용해서 운하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 발전소 옆에는 Ranney Gorge Suspension Bridge라는 현수교도 있는데 산책 삼아서 가기 좋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캠벨포드에서 두 번째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2018년, 2019년 연속 캐나다에서 가장 달콤한 빵집으로 선정된 두헐스 베이커리(Dooher's Bakery)이다. 이 컨테스트의 정식 명칭은 Sweetest Bakery in Canada Contest인데 미국의 제과업체인 Dawn Food에서 진행을 한다(한편 Sweetest Bakery in America도 있나 보다).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대회인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이 빵집이 선정되었다는 것을 끝으로 검색되는 것이 없다(홈페이지도 접속이 안되고, 2020년 컨테스트는 진행되지 않은 듯하다).
공신력이 있던 없던 아무렴 어떠리! 맛만 있으면 되지!! 어쨌든 컨테스트에서 일 등을 했으니 캐나다에서 가장 달콤한 빵집이라고 불러도 뭐 거짓말은 아닐 테니 말이다.
70년 정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빵집은 여름이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원래 인기가 많았는지 아니면 달콤한 빵집 선정 이후에 더 인기가 많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아주머니가 예전에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여름에는 보통 점심때쯤이면 모든 도넛이 다 팔린다고 한다. 내가 처음 이 빵집을 들렀던 것이 2019년 4월로 아직까지는 쌀쌀했을 때였다. 그런데도 정말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와서 놀랐다(동네 규모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놀랍다).
나는 3~4달에 한 번 정도 이 지역을 지날 일이 있어서 그때마다 들려서 도넛을 사 오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골라서 담았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 '크림 도넛'이 가장 특이하면서도 맛이 있어서 이제는 크림 도넛만 4~5박스 사 온다. 한 박스는 우리 먹고 나머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받은 사람들이 모두들 너무 좋아해서 매우 뿌듯하다. 심지어 매 번 도넛을 가져다주는 한 집은 우리 가족이 잠시 들른다고 하면 그 집 아저씨는 '우리가 왜 온데? 혹시 도넛 가져온데?'라고 물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는 팬데믹으로 인해서 그 지역에 일을 갈 일도 줄어 이 빵집에 겨우 두 번 들릴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맛이 있었고 도넛을 받은 사람들 모두 여전히 좋아했다.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져서 가족들을 데리고 빵집도 가보고 함께 다리도 건너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