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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검사 Feb 19. 2022

에필로그

내 무릎에 사망 선고 - 후기

처음 '내 무릎에 사망 선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두 번째로 오른쪽 무릎을 다친 후 의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이제는 더 이상 유도를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내 유도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주제가 맞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나중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기에는 올려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이번에는 남들이 읽으면 뭐가 재미있을까 싶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2년이나 기다리던 무릎 수술의 날짜가 확정되었다가 다시 수술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놈의 무릎 하나 고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생각하면서 이 김에 유도 이야기나 다시 써 보자 마음먹었다. 


나의 유도 이야기에 대해 쓰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유도를 한 이야기 2편 정도, 일본에서 유도를 한 이야기 2~3편 정도를 쓰고 마지막 캐나다 이야기를 1편 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나도 몰래 분량이 엄청 늘어나고 말았다. 


벌써 15~20년 전의 일들이라 많이 잊어버렸지만 그래도 당시에 적어 놓은 글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유도부 게시판에서 가서 오래전에 썼던 글들을 찾아보고 내 블로그에 적었던 글들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기록으로 남겨 놓지 않았던 시합의 기록들은 무엇이든 기억을 잘하는 동기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몇 날 며칠 동안 유도 이야기만 쓰고 있는 나를 보면서 와이프는 또 사골을 끓인다고 했다. 똑같은 이야기로 재탕 삼탕 한다고. 나는 많이 안 썼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옛 생각이 나서 좋았다. 



처음부터 비문 없이 깨끗한 문장을 쓰면 좋겠지만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에 불편한 문장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중에 하나씩 보면서 조금 더 고쳐야겠다. 


끝으로 어서 빨리 수술을 받고 무릎이 좋아져서 다시 한번 아이들과 도장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을 하나 더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브런치북으로 이미 만들어 버려서 여기다가 약간의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2019년 8월에 다친 무릎은 결국 2022년 6월이 되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2022년 7월에 한국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5월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수술을 받을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이 더 믿을만하겠지만 여기서 MRI도 찍고 CT도 찍었고, 무엇보다 이만큼이나 기다렸으니 그냥 여기서 수술을 받자고 생각했다. 


여기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어서 이런 수술은 대부분 당일 퇴원이다. 퇴원할 때 간호사로부터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들었지만 수술실에 들어갔던 간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술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그저 나중에 병원에서 진료 예약을 하는 전화가 올 것이라고만 했다. 


내 경우 의사가 5주 후에 진료를 보러 오라고 적어놓았기 때문에 7월 초에나 의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병원에서 전화가 왔을 때 나 곧 한국에 간다고 혹시 6월 말에 진료를 볼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 6월 말에 예약이 되어서 의사에게 내가 도대체 무슨 수술을 받은 것인지 물어볼 수 있게 되었다.


들어보니 지난번 수술 때 너무 크게 뚫어놓았던 구멍을 메꾸었고, 어느새 다 끊어져 버린 전방 십자 인대를 긁어냈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아니! 전방 십자 인대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고??


MRI 찍었을 당시에는 끊어졌다는 말을 못 들었기 때문에 혹시 이게 언제 끊어진 것인지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의사도 알면 좋겠지만 그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마 처음 다치고 나서 일 년 후 극심한 통증이 왔을 때 그랬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끊어진 줄 알았으면 그냥 다시 재건술을 해주지... 아... 맞다! 어차피 뼈에 구멍이 너무 커서 알았어도 할 수 없다고 했지!


의사는 전방 십자 인대가 없어도 테니스, 축구, 농구와 같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운동을 안 하면 살아 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물론 이제는 나도 사십 대에 접어들었으니 그런 운동을 안 해도 크게 상관없긴 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데... 


의사는 또 나중에 정말 필요하면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수술은 받을 수 있겠지만 아마 나까지 차례가 오려면 내가 오십 대는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쯤 되면 이제 그 나이에는 정말 십자인대가 필요 없으니 그냥 살라고 할 것도 같긴 하지만.


남들은 다 있는 것인데 나만 없다고 하니 며칠 동안 꽤나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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