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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진리

by 킴 소여 Mar 03. 2025
결혼식. 부부관계를 맺는 서약을 하는 의식

타인이었던 두 남녀의 결합을 공식적으로 축하하는 잔치. 이는 진심으로 축하받아야 마땅한 날이다.

하지만 예와 관혼상제를 중시하는 유교의 나라 대한민국에선 서약과 축하 그 외의 다른 의미들이 더 있다.


개인보단 '우리'를 더 중시하는 집단에예, 형식, 관례, 관습, 규범 등이 개인의 가치관, 의지, 취향, 진심 따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최초에 형식이란 본질을 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방법을 몰라 어렵지 않도록 만들어진 통일된 가이드라인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객이 전도된 형식 중심의 전통은 본질을 흐리기 마련이다. 틀에 박힌 형식적인  지루하고, 돈 넣고 돈 먹기가 목적인 대부분의 하객들은 뷔페 메뉴가 무얼까 생각하느라 신랑신부의 떨리는 혼인서약서는 애초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결혼식은 허례허식의 장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잠시 결혼식이 중단된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반복해 오던 전통의 무의미함을 자각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일부에서 스몰웨딩이 늘고 있지만, 대다수는 부모님이 투자해 온 축의금 때문이라도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허례허식 가득한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이번에 남동생이 할 차례였고,

직계가족으로서 나는

그 누구보다 허례허식 적여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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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 퀴즈의 정답은 2번~ ㅎㅎㅎㅎ 내심 긴장했는데.. 남효정 작가님, 빙산 작가님이 맞춰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비싼 원피스, 명품백, 샵에서 받은 화장과 헤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문제작한 풍선과 급하게 주문한 아동 양복까지 동원해 우리 아이들까지 화동으로 잔뜩 포장한. 내 결혼식도 아닌데; 거의 누나로서 동생 결혼식에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갖다 한 것 같다.


근데..  웃긴 건 예쁘단 거.

 

비싼 게 예쁘다는 말은 맞긴 하다. 하지만 하나 틀린 건 비싼 것만 예쁜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미가 있고, 인간이라면 미를 추구하는 건 본능이다.

그런데 왜 언제부터 금액으로 매길 수 있는 미만 인정하며, 미를 금액과 비례하다고 생각할까.

비싼 가방, 비싼 차, 비싼 집. 금액이 가치를 표시하는 기능을 하면서 사람들은 금액이 없이 스스로 평가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의 미소, 산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피어난 나무 꽃 새 곤충들의 생명력, 구름의 다채로움, 흘러가는 강의 연속성 같은 것들.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소수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다수가 따른다고 해서 자본중심적 가치가 옳은 것도 아니다.


자고로 '진리'란 다수결의 법칙에 의해 정해지는 대통령 선거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진리란 소수에 묻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전통을 비웃으면서 동생의 결혼식엔 그 누구보다 허례허식적이게 포장하는 위선적인 누나지만.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동생이 누구보다 더 축하받고 행복한 결혼식이 될 수 있게 준비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판단한

못난 누나를 이해해 주길.

 


보여주기식 허례허식이 혐오스러우면서도 또 재밌었던 다수인척하기 놀이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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