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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인 척 하기

제주살이 끝. '다수'로 돌아가다.

by 킴 소여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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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비행기. 3개월 전 퇴사 당일 날 야반도주하듯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밤늦게 제주로 떠나온 그날이 오버랩된다. 일과 짐 싸기에 지쳐 피곤함이 한도치에 이르는 와중에 아이들의 말썽도 한도치에 다다라 힘들었던 시간. 지금 돌아보니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 같다. [브런치북. 제주행 야간비행기 3화]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엔 많은 대비를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간식 아이템도 두둑이 준비하고, 유튜브 영상도 핸드폰에 미리 다운로드해 놓았다.(실제 틀 일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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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 Before


역시나 야간에 도착한 3개월 만의 우리 집.

'즐거운 곳에선 날 오라 하여도 내 기쁨은 내 집 뿐이리~?'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춥고, 낯섦'이었다.

밤 11시가 되어 도착한 집은 오랜 시간 비워져 있어 한기와 먼지로 가득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단 보일러 불부터 잔뜩 높인 후, 이불의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늦은 밤임에도 대충 돌렸다. 꼭 수학여행 가기 전엔 잔뜩 기대했는데, 막상 엄마 없이 자는 잠자리가 낯설어 '이게 맞나..?' 싶은 이상한 기분의 배에 울렁거림을 안고 피곤함에 못 이겨 스르륵 잠에 굴복하는 그런 밤이다.   






다음날, 날이 밝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친정도 시댁도 아니고 바로 '백화점'이었다.

대구에 바쁘게 돌아온 목적이 동생의 결혼식이고, 잔치에 가려면 드레스가 있어야 하는 게 법칙이다.

물론 나는 법칙이라던가 남들의 시선 같은 것에 무관심하지만, 가족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모글리가 아닌 이상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사회에 노출되고, 모든 생명체의 가장 1순위 본능인 생존욕구는 주변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이끈다. 사회의 법칙이나 주변의 평가에 민감한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인 것이다. 고로 나는 나의 독고다이 세계관을 가족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을뿐더러, 나 역시 가족들의 특별한 날까지 내 가치를 고수할 만큼 내 가치보다 가족이 덜 소중하지 않다.


이렇게 된 이상. 이날만큼은 그 누구보다 허례허식적여주마!!

본격 '다수인척 하기' 놀이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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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애보는 남편에게 골라보라며 급하게 찍은 무보정 찐실사;;

당장 이번 주말이 결혼식이고, 평일에 갑자기 백화점 갈만한 사람도 없어 남편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나 혼자 대충 백화점에 간다. 는 건 사실 핑계고 원래 지독히 독립적인 나는 엄마나 친구 등 누군가와 함께 하는 쇼핑도 좋지만 목표가 뚜렷한 쇼핑인 경우엔 혼자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편이다.


그렇게 동생 결혼식 준비라는 명분의 반 타의에 시작한 쇼핑놀이는 사실 막상 시작하면 나 자신이 가장 즐거워진다.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인형놀이의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앞서 [브런치북. 제주행 야간비행기 21화]에 말했듯이 '미진주의자'(미를 진리로 추구하는 주의)다 보니 예쁜 것 앞에선 자연이고 물건이고 눈이 돌아간다. 어떤 생물이고 예쁠수록 이성의 선택을 받아 대를 잇고 생존할 확률도 높아지니 미에 이끌리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 아니겠냐며.. ^0^;; 3개월 만에 접한 상업주의에 끓어오르는 물욕을 합리화해 본다.


그래서

최종 선택된 의상은 1~5번 중 몇 번일까요~~?

라는 작은 5지선답 문제를 재미로 한번 내봅니다..
(다른 작가님들 하는 거 보고 한번 해보고 싶었..)




{메인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magickshop/22217339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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