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전공은 공학이었다.

회사에 입사하면 공부도 계속하고 전문성도 쌓을 줄 알았다.

by 김호진

글램을 했다. 자기소개도 달았다. ‘산책과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기를 좋아합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눌 분을 찾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이제 보니 함께 성장할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함께 성장할 사람이 필요하다. 공부 또는 뜻있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퍼블리 구독을 신청했다. 지금은 한 주 체험 기간이다. 내일모레 결제를 한다. 3개월 치에서 1개월 치로 변경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돈을 안 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좀 더 컸다. 기회가 되면 글을 써서 구독료를 돌려받고 싶다.


그저 그런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인터넷에는 좋은 콘텐츠들이 많다. 평일에는 회사 일을 핑계로 글을 쓰지 않는다. 주말에도 미루고 미루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기 직전에 겨우 키보드를 두들긴다.


그저 글을 꾸준히 쓰길 바랐다. 부업으로 스마트스토어를 하자니, 평소에 쇼핑, 소비도 잘 안 하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본업이 SI이기 때문에 알고리즘 풀이나 웹페이지 실습을 했지만, 그때 잠깐만 실력이 조금 느는 것 같고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SI는 풀어서 말하면 시스템 통합이다. 고객사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 프로그램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사용자의 화면에 보여주고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는 일을 한다. 이런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고객사에 만들어 준다. 프로젝트는 크게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분석-설계-개발-테스트.


원래 전공은 공학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 하다가 국비 지원 교육을 받고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회사에 입사하면 프로그래밍 언어도 계속 공부하고 정보통신 분야에 전문성을 쌓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로 그렇지 않고 있다. 개발 공부는 안 하더라도 자기계발은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봤다. 저자들이 책마다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길래 스마트스토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쇼핑은커녕 소비도 어쩌다 한두 번 하는 나이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돈을 쓰지는 않지만, 활자 소비는 왕성하게 하므로 글쓰기라도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글쓰기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도 품었다. 지금은 처음의 희망과는 다르게 계속 우울 가득한 글을 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조회 수와 좋아요도 기대하지 않았다. 있으면 뭐 좋겠다. 그 정도. 그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꾸준히 글을 올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그것도 실시간으로 볼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브런치의 시스템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글이 노출되고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 네이버, 구글, 티스토리, 이글루 블로그를 할 때는 (물론 옛날이지만) 글의 노출이 전혀 되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이 유입되는 일이 없었다. 유입이 없어서 지속이 안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뭔가 보여 드려야 할 것 같고 뭔가 보여 드리고 싶기도 하지만 뭔가 보여 드릴 것이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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