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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잇 Nov 05. 2022

나는 왜 사회를 향해 질문 던지기를 어려워하는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먼저 질문학교에 참석한 이유는 하미나 작가님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작가님은 작년 2021년 가을 성수에서 열렸던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평소에 책을 좀 자주 보는 편입니다. 지하철 출퇴근 시간은 길고 핸드폰의 데이터 요금은 아까워서 주로 책을 봅니다. 주말에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옵니다. 결국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반납하지만, 방에 책을 쌓아두면 왠지 마음이 든든합니다.



  평소 말로만 들었던 국제 도서전을 작년 처음 가봤습니다. 도서전 한 부스의 펼침막에서 작가님의 사진과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하 미괴오똑)을 처음 보았습니다. 강렬한 인상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전공이 과학사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서전 이후로 도서관에서 책 <미괴오똑>을 빌려 보았지만 깊게 몰입하지는 못했습니다. 책은 여성 우울증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9월 말 화랑 유원지의 현수막을 통해서 작가님이 안산에 오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날은 휴가였습니다. 전날 서울의 아는 형 집에서 자고 오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죠.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4호선 초지역에서 내려 경기도 미술관에 들렀습니다. 1, 2층 전시를 감상하고 나오는 길에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질문학교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바로 핸드폰을 들어 구글 폼을 작성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왜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지 부담감이 생기곤 했었습니다. 노쇼를 해야 하나. 그래도 그럴 때마다 작가님을 볼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사실 처음 질문학교에 참가 신청을 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안산에 계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안산에 산 지 어느덧 7년 정도 되었지만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처음 3년은 대학 졸업하고 일자리고 제대로 구하지 않고 거의 집에만 있었습니다. 마땅히 하는 일이 없다 보니 누군가를 사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2020년 1월 첫 직장을 갖고 나니 코로나가 터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안산 주변에 아는 사람은 계속 별로 없습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라 청년이라고 하기 무안하지만 그래도 신청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시간에 작가님을 뵈었습니다. 작가님은 ‘우리는 결말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오셨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결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어렵지만 자신의 질문을 글로 써낸 작가님은 속이 시원해 보였습니다.



  결국 작가님을 봤으니 최초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왜 글을 쓰고 있을까요? 질문학교 자리를 마련해 주신 평등평화 세상 온다에 대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도 챙겨 주셨고 뒤풀이 자리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꼭 보답이 아니라고 해도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동안 들었던 강연과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이제 나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질문도 던져야 합니다.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대부분 답을 찾는 일까지 해야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80년대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가 말한 “사회는 없다. 개인만 존재할 뿐"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실제 사는 것을 보면 정말 개인적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1인분만 잘해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작가님들을 보면 결국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자료 조사하고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글을 써냈습니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 사회로부터 무엇을 얻어 내고 싶은가요? 사회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계속 질문을 던져봅니다.



(사진 - 서울미술관 여의도 벙커의 VIP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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