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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섬원 Sep 04. 2023

업사이클링

너 담배 어떻게 만드는 지 아니?


형 나는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어

옷장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버려진 꽁초에 남아 있는 담뱃잎을 새 담뱃잎이랑 함께 니코틴에 절이는 거야


나는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한다

캔 종이 페트병 유리병 다시 캔 


그걸 몽땅 모아서 다시 담배를 만드는 거야

최초의 담배도 함께 피우려고


최초의 담배에 섞인 낡은 담뱃잎은

누가 버린 걸까?


망가진 타이어가

놀이터의 바닥이 된단 얘기를 듣고

아이들을 위해 바퀴를 버리기로 했다


그 곳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 곳에서 놀고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계속

똑같은 담배를 사듯


어느 담배를 사든 똑같이

최초의 담배가 섞여 있듯


더는 트럭을 덮지 않는 덮개로

지갑과 가방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버려진 바지를 모아

하나뿐인 바지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옷장에서 아무리 옷을 덜어도

결국 누군가의 옷장을 향해 간다


꽁초를 버려도

그 꽁초를 누군가 주워

또 누군가 피운다 더는 달리지 못하는 타이어를 타고

누군가 달린다


그 어떤 물건도 함부로 죽지 못한다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죽을 자격도 없는 것처럼


형 대체 누구였을까 최초의 담배를 만들 때

꽁초를 섞어 준 사람은


낡은 타이어 위에서

뜀박질을 시작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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