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섬원 Sep 04. 2023

눈물의 하나님

  기도를 하다 보면 너는 신의 대답을 듣는다고

  언젠가 대답을 주신다고

  너는 그렇게 믿는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너는 복된 사람이 될 수밖에


  복되고 복되고 또 복되다 보면

  어쩌면

  너도 신처럼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어


  어떤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훈육을 맡기고 스스로도 아들이 된다


  너는 하나님 아버지의 자식의 자식

  너의 아버지 하나님 당신께서 한 뺨을 맞으면 반대쪽

  뺨을 내놓으라 하시고

  이웃을 사랑하고 기도하라 하셨다며


  그래서 네가 바쁜 건지

  그래서 내가 매일 밤 늦게 잠드는 건지

  이웃을 사랑하면 아랫집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윗집이 매트도 안 깔고 버피 테스트를 해도

  감사하며 기도할 수 있는 건지


  너는 뺨이 부어오른 채 내 옆자리에 앉는다

  밤의 교회는 하나님보다 악령이 더 어울리고

  십자가 장식이 있는 목걸이를 꼭 쥔 사람들

  문득 염주와 묵주를 눈을 감은 채 구별할 수 없을 거란 확신

  또 문득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아도

  뺨을 맞지는 않는다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게 하는 아버지

  양쪽 뺨이 부어올라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니


  십자가마다 목사가 있고

  장로와 권사와 신도가 있고 그들이 모두 기도를 하고

  아버지의 대답을 들었다는 간증을 하고

  아버지는 실로 대답 한 번만으로 존경을 받는다

  대단하신 아버지


  너는 대답을 믿어서 대답을 듣고

  나는 네 옆에 앉아 수요 기도회 내내 통성기도를 듣는다

  대답을 바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고

  더 많은 교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목소리로 기도를 하겠지


  하나님은 잠도 없나 봐

  새벽 기도회 때 기도빨이 잘 받는다는 아주머니들이

  저 앞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

  대답 좀 해주시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다 너도 뺨을 새빨갛게 하고 울고

  나는 이 끝없는 오열의 행렬을

  누군가 십자가에 매달려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건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닐 텐데


  오늘 울어야 될 울음을 다 운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예배당의 문을 나선다

  문이 열리면 눈물은 죄다 마르고 뭐라도 좀 먹으러 갈까

  저기 해물찜 잘 하는 곳 있는데

  문 하나를 건너면 웃음이 파르르 떨린다

  기도하는 사람 모두가 나가 버렸으면

  대답도 하지 않는 아버지 앞에서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그만 좀 빌었으면


  아멘 아멘

  하나 뿐인 아버지 우리 하나님 아버지

  한 말씀 해 주시옵소서


  아멘 아멘

이전 04화 업사이클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