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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17. 2022

너도 여행 가고 싶니?_도쿄에서 잭팟이 터졌다

4. 도쿄에서 잭팟이 터졌다.


 숙소 근처 1층에 아주 번쩍번쩍한 오락실이 있길래 들어갔는데 오락실이 아니었다. 진짜 카지노였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있고 카드 게임도 있고 슬롯머신도 있었다. 건물 내부는 진짜 밝았고 깔끔했다. 그 어느 곳 보다 밝게 되어있어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게임 머신 앞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영혼이 없어 보였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서 끊임없이 될 때까지 돈을 무한정으로 넣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기계 같았다.  왜 정장을 입고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일종의 매너인 걸까? 나도 한 번 해보고는 싶었지만 일본어로 되어있기도 했고, 사실 언어와 별개로 당기고 누르는 게 전부였긴 했지만, 분위기가 무서워서 그냥 구경만 빠르게 하고 얼른 나왔다.


 카지노가 아니라 진짜 오락을 하고 싶어서 오락실을 찾았는데 오락실의 규모가 거의 백화점 수준이었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전부 오락실이었다. 맨 위층은 성인들만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였다. 한국에서 경험한 오락실은 진짜 비교도 안 된다. 내가 한국에서 하던 게임들이 다 있었다. 당연히 일본에서 넘어온 것들이니, 현지에서 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성인들만 입장이 가능한 5층엔 현지인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관광객들이었다. 아마 현지인들은 앞서 이야기한 곳으로 가지 이런 건전한 곳으로 오지는 않는 거 같다. 그렇다고 건전하다고 하기엔 마작, 경마, 카드게임, 물고기 게임, 동전 게임 등 없는 게 없었다.


 5층에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게임을 할 줄 모르는 데다가 돈도 없었고 애초에 도박과 나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에 그냥 적당히 게임만 일반 게임만 하고 하는 사람들 구경이나 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게임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대충 버튼 좀 누르고 운 좋으면 동전이 마구 나오는 게임이 있었다. 누가 봐도 여행객 같은 친구가 하고 있길래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운 좋게도 잭팟이 터져서 동전이 미친 듯이 나왔다. 사진에 나온 동전이 나에게 나눠준 동전이다. 저만큼을 나와 내 친구에게 나눠주고도 본인은 얼마나 많이 챙겨갔는지 감이 올 것이다. 아마 그 친구도 계속 누르다가 잭팟이 터진 거 같다. 코인의 가치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20개에 1,000엔 이 정도 했던 거 같다. 환전을 해서 보다 풍족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일단 일본어를 할 줄 모르고 이 코인을 준 친구는 분명히 내가 게임을 즐기길 원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차피 해보고 싶었으니 기념으로 1개만 빼고 다 쓸 생각으로 열심히 탕진을 했다.


 그 사람이 떠난 그 자리에 바로 앉아서 그 기운을 이어받아 열심히 게임을 했다. 무슨 게임인지 모르지만 일단 열심히 돈 넣고 버튼을 열심히 눌렀다. 죄다 설명이 일본어니까 알 수는 없었다. 그저 나는 열심히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거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연하게도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이러다가 돈을 다 날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언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언어를 몰라도 할 수 있는 카드 게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왕년에 컴퓨터에서 카드 게임 좀 했으니까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고 꽁으로 들어온 돈이라서 내가 가볍게 생각을 한 것인지, 묻고 2배로 3배로 가는 바람에 다 잃었다. 기념으로 가지고 갈 1개를 제외하고 다 잃고 나서 드는 생각은 "조금이라도 남았을 때 환전할 걸"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어쩌면 내가 환전을 했더라면 다음날 근사한 한 끼를 먹으며 진정한 잭팟을 만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일 뿐. 당시엔 돈을 다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마음 한편엔 조금이라도 불려서 환전해서 쇼핑을 할 심산이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으면 다들 반듯한 자세로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하러 간 거면 대충 앉고 삐딱하게 앉아서 할 법도 한데 누구 하나 삐딱하게 앉아서 하는 법이 없다. 게임할 때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인 건지, 지금 하는 게임이 마지막 게임인 것처럼 하는 마음인 건지, 아니면 몸에 밴 자세인 건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질서 정연하고 정리가 된 일본 사회가 때론 섬뜩할 때가 있다. 순간순간 굳이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로봇 같기도 하다. 감정 없이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각져있거나 자로 잰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게 일본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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