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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Jan 26. 2023

도쿄 카페는 뭐가 다를까?_70곳 다녀온 후기

3주간의 도쿄 카페투어 후기

Onibus Nakameguro

길면서도 짧았던 만족과 아쉬움이 뒤섞인 도쿄 카페투어가 끝이 났다. 

100곳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커피를 마신다는 게 곤욕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아도 과하면 안 된다는 것. 그럼에도 과해서 좋았고 넘쳐서 좋았다. 70여 개의 카페를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그들이 갖고 있는 것과 지향하는 게 무엇이며 어떤 걸 지양하고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른지 나누고자 한다.


Fuglen Tokyo / Westside Coffee

가장 큰 차이점은 로스팅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카페들도 많은 곳들이 직접 로스팅을 하고는 있지만 일본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70여 개의 카페를 가서 본 결과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세 곳은 콜라보로 인해 로스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고 나머지 한 곳은 베이커리 카페여서 납품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4곳을 제외하고는 직접 로스팅을 하고 납품을 하고 있었다. 

로스팅의 여부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매출, 재료비, 원두 판매 등 이런 걸 다 떠나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게 굉장히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로스팅하지 않으면 맛을 잡을 수 없다.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있고 그에 맞게 로스팅을 하고 메뉴를 개발할 텐데, 아무리 마음에 드는 곳에서 원두를 납품을 받아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 어쩌면 로스팅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다. 

카페의 규모와 상관없이 로스팅을 한다. 이게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좌석을 줄이더라도 로스팅은 절대 포기 못하는 거 같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카페는 츠키지 시장에 있는 'Mejicafe'라는 곳인데 정말 좁은데 그 안에서 로스팅을 진행한다는 것. 아마 1~2평 정도 되는 사이즈였다. 거기서 로스팅을 하고 음료를 만들고 물품을 보관하고 모든 걸 하고 있었다.

Glitch Coffee Roasters

로스팅을 하니 자연스럽게 핸드 드립을 한다. 베이커리 카페조차도 핸드 드립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일하는 직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보통 혼자 아니면 둘이다. 셋이서 일하면 대형이거나 프랜차이즈. 

그러니까 혼자서 주문받고 핸드 드립하고 손님 응대하고 디저트 만들고 등 다 한다. 그러면서 절대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함을 유지한다. 이게 정말 어려운 건데 말이다. 핸드 드립의 퀄리티 또한 굉장히 좋았다. 구색 맞추기가 아닌 정말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겠다.

The Local Coffe Stand

손님과 직원이 서로를 배려하며 기다릴 줄 안다.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빨리빨리' 존재의 유무다. 

한 카페에 갔는데 당연히 혼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님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손님을 받지 않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바 내부를 정리를 한다. 최대한 깔끔한 상태에서 그리고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받으려고 하는 게 보였다. 이런 건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일단 자리가 나면 앉기 바쁜데 여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손님이 기다릴 줄 안다. 그리고 포인트는 매장의 바쁨과 별개로 손님 응대를 일정하게 친절하게 한다는 것이다. 간혹 한국에선 바쁘면 응대를 대충 하거나 조금 부족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갔던 도쿄의 카페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손님이 기다려도 현재 내가 응대하고 있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 했고 그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왜냐면 나도 그런 응대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카페에서 일을 하면 철저하게 서비스업으로 분류하지만 도쿄에선 적어도 내가 보기엔 서비스업이지만 전문직으로 보는 거 같았다. 근데 순서가 조금 다르긴 하다. 서비스가 워낙 좋기에 기본으로 가는 것이고 거기에 실력을 쌓는 느낌이다. 

도쿄에서는 바리스타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서비스만으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기엔 어려움이 있다.

디저트 안 파는 카페는 없다. 로스팅과 마찬가지로 규모와 상관없이 디저트를 팔고 있었는데 카페가 크다고 해서 디저트 종류가 많은 건 결코 아니었다. 본인들이 자신 있는 거 몇 개만 팔고 있었다. 정말 인기가 많고 유명한 푸글렌 조차도 디저트는 단 2개밖에 없다. 

납품을 받는 곳도 있고 직접 만드는 곳도 있는데 보통 직접 만드는 거 같다. 그리고 납품받는다면 그대로 팔지 않고 매장에 어울리게 다시 재가공을 하는데 아예 새로운 메뉴로 만들어 버린다. 예를 들면 스콘을 납품을 받는다고 한다면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판매한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팔지 않고 꼭 사진과 함께 또는 먹음직스럽게 진열을 해놓고 종종 '스페셜 디저트'라고 붙여서 판다. 하나의 전략으로 보이는 데 왠지 스페셜이라고 하면 지금밖에 못 먹을 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메종키츠네 같은 경우 여우 모양의 쿠키를 판다. 이처럼 자신의 카페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고 이건 메종키츠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걸 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머그컵에 보면 자신의 카페 이름을 새겨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대게 카페에 가면 SNS에 올리니까 홍보 효과도 있고 일종의 자신감으로 보이며 괜찮다면 머그컵 같은 경우엔 판매까지 이어진다. 

덧붙이자면 굿즈 안 파는 카페도 찾기 어려웠다. 원두와 드립백은 기본이고 에코백, 티셔츠, 스티커, 엽서, 텀블러 등 카페 이름이나 그림 또는 캐릭터가 새겨진 걸 판매하고 있었다. 

종합해 보자면 자신의 카페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서비스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다. 절대 따라갈 수 없다. 기본적으로 탑재된 게 아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친절한 곳도 있지만 불친절 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딱 한 곳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끔 컨셉이 확실한 카페를 만날 수 있는데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컨셉이 확실하고 끝장을 보여준다. 어쭙잖게 하지 않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리고 손님이 카페의 컨셉을 이야기했을 때 동의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진짜 컨셉을 잡고 할 거면 이 정도는 해야 내가 어떤 컨셉을 잡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Single O Roastery / Yanaka Coffee / Fuglen Tokyo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비싼 커피값에 비해 작은 사이즈의 커피? 가격이야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사이즈는 조금씩 아쉬웠다. 한국에서 큰 거에 익숙해져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또 작은 사이즈에 마시다 보니까 거기에 금방 익숙해지기는 했다. 이걸 제외하고는 대만족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고 싶다. 도쿄를 한 번 더 가도 좋고 오사카나 후쿠오카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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