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다양한 종류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금전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일도 존재하고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금전적인 가치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모든 일이 넉넉할 만큼의 돈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안정적인 일은 인기가 많고, 전문직은 더욱 인기가 많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직업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 속 편한 대학생의 생각이지만 나는 일에서 의미를 함께 찾고 싶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모님의 희생과 책임감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해외에서 봉사하는 의사의 꿈과는 다르게 최대한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원의 길을 택하셨고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일하고 계신다.
어머니도 딸이라는 이유로 서울에서 대학에 다닐 기회를 얻지 못했던 희생이 있으셨고, 두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지금까지도 선생님으로 일하고 계신다.
교육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와 좋은 가정을 만든 부모님은 열정적으로 아들과 딸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셨고, 곧잘 따랐던 아들과 딸은 그 희생과 사랑 위에서 다행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높은 학업적 성취는 다양한 직업에 있어서 선택의 폭을 늘려주는 기회가 되었다. 누나의 사춘기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건 그 끝에서 의대에 가겠다는 누나의 결심이었다. 누나는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또 욕심이 있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결정을 위해서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반면 나는 십 대의 후반에 학생들의 행복을 해치고 있던 교육의 본질을 고민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사회는 어떻게 이뤄져 있고 개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알기를 원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그렇게 인문학에 흥미를 붙였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없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꿈이었다.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몰랐지만 적어도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의사도 분명 훌륭한 직업이지만 사람과 사회, 세상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의미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언제나 노동의 대가와 보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 일이 다른 일보다 의미 있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단지 나에게는 어떤 종류의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느껴졌고, 더 나은
교육과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공부하는 게 즐거웠고 나도 내가 가진 이상을 실현하고 옳음을 행하고 싶었다.
부족한 적이 없어서, 어려움을 몰라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부모님 덕분에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았기에 나의 이익을 넘어서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처럼 느껴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에게 일이 가지는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항상 일을 하느라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셨다는 아버지와 달리 나는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또한 돈보다도 경험을 위해 구했다. 군인일 때는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책임감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음식점에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처음이었지만 일을 열심히 배웠고 초반에 단체 손님을 몇 번 허둥대며 받고 나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좋은 어른들을 알게 되며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 평소에도 과일이나 과자를 먹으며 일하곤 했는데, 회식이 있으면 고기와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대학생활에서 만나는 또래와 다르게 어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좋았다.
잠시 들렀다가 떠나는 알바생이 아닌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함께 일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과 매니저님은 친구들이 오면 서비스도 흔쾌히 내주셨고 지금도 가끔 밥을 먹으러 가면 계산하지 말고 가라고 등을 떠밀기도 하신다.
나는 나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대타가 필요할 때 시간이 될 때면 언제나 대타를 자처했고 사소한 작은 일에도 신경을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시급을 받아 가는 아르바이트생을 넘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짊어지려고 했다. 단순한 고용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손님에게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푼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웃는 얼굴과 친근한 태도는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사람을 대하는 직업의 마땅한 태도라고 여겼다. 한 번은 손님이 나가시면서 사장님께 알바생이 너무 친절하다고 칭찬하고 가셨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호의는 호의로 이어지는 법이고 베푸는 만큼 분명히 삶에서 나에게 돌아오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돌아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보상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은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자기 주변의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에 자신 또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흥미를 토대로 다양한 능력을 키워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언젠가는 학교를 세워서 철학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가가 되고 싶다. 글
쓰기와 토론을 즐기며 비판적 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기도 하고, 직접 교육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되는 방법도 고민한다. 교육 방송의 PD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미디어를 제작하는 콘텐츠 제작 등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안정적인 수입을 낼 자신이 없다면 경제적인 가치에 집중해 직업을 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일은 단순히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글을 앞으로도 계속 쓸 계획이다.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고, 잘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다. 전문성과 성실함은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필요하다. 당장에 나는 한 분야의 능통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고, 직업 선택에서도 고민이 많아 불안함도 느낀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도전하지 않는 쪽이 더 두렵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느끼고 싶지 않다.
돈은 어느 경우에도,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재화, 충분한 돈이 주는 여유에서 오는 안정감은 모두 돈의 내재적인 가치가 아닌, 도구로서의 가치에서 비롯한다. 돈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상징일 뿐이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아니다. 소득과 행복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유의미하게 비례한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이유는 돈이 우리 삶에서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를 추구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과 맛있는 음식, 시간과 건강 등 돈은 행복으로 다가가는 쉬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가치는 돈 자체에 속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돈 없이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사람을 잃어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건강을 잃어 몸을 가눌 수 없다면 억만금이 무슨 소용인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소득을 올리는 일은 중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의 성장률과 부의 크기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투자를 공부하고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더 많은 돈을 버는 노력은 유효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부를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와 행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욱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아니라 돈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를 직접 추구하는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
진정한 행복이 있다면, 그것은 주어진 것 안에서 만족하는 삶 속에 있어야 한다. 행복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관계 안에 있고, 취미와 독서처럼 자아와 맞닿아 있는 활동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이고, 사고의 전환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리는 데는 조금의 마음과 시간만 쓰면 된다. 혹은 자기 삶에서 중요한 다른 가치를 향해 직접 나아가 보면 어떨까.
물론 그렇게 믿는 나도 그 전환이 어렵다. 행복을 작은 곳에서 찾고 건강과 관계를 중시하며 일상을 가꾸는 노력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돈만을 위한 사고를 멈추고 행복의 본질로 향하는 전환은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부자와 어부의 이야기가 있다.
도시에서 온 부자가 배 옆에서 여유롭게 낮잠을 자는 어부에게 왜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냐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어부는 오늘 몫을 이미 다 채웠다고 답한다. 부자가 고기를 더 잡아놓으면 좋지 않냐고 묻자, 어부는 고기를 더 잡으면 무엇하냐고 묻는다. 부자는 고기를 더 잡아 더 큰 배를 사고, 더 넓은 바다에서 더 많은 고기를 잡아 그렇게 사업을 키워나가서 자신처럼 부자가 될 수 있지 않냐고 한다. 어부는 다시, 부자가 되면 무엇 하냐고 묻는다. 부자는 자신처럼 부유해지면 가족들과 함께 여유롭게 저녁을 보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편안한 삶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어부는 대답한다. “내가 이미 그러고 있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