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Jan 22. 2024

참을 忍 세 번이면 살인, 아니 소비를 막는다

살까, 말까

충동구매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나름 고민도 길게 하고 산다.

다만, 그 횟수가 빈번하니 고민의 가치가 클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가끔 이상하게 필요한 물건을 살 땐 최저가와 온갖 후기를 다 찾아보느라 진을 다 빼고

정작 필요 없는 물건은 쿨결제를 한다. 특히 SNS 광고에 현혹되어 날린 액수가 심심치 않다.


물건을 살 때 정말, 반드시, 꼭 필요한 물건인지 세 번 정도 고민해 본다. 사고 싶은 이유가 예뻐서가 아니라 이 물건 없으면 대체할 게 없는 물건이면 최저가 고민도 없이 질 좋은 것으로 고른다.

가끔 드는 명품백에 소비하는 것보다 매일 쓰는 물건에 공을 들이는 게 삶의 질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정말 사소한 예로, 물티슈를 자주 쓰는데 매일 쓰다 보니 비싼 게 아까워서 100매에 천 원인 걸로만 썼다. 그러다가 노브랜드 마트에서 80매에 천 원대 중반인 제품을 사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물티슈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두툼하고 한 장당 크기도 커서 물기가 잘 마르지 않아 오히려 저렴한 물티슈 2~3장 쓰는 것보다 이 물티슈 1장 쓰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역시 싸고 좋은 건 있을 수도 있지만 비싼데 안 좋은 건 없다.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다시 돌아오자면, 구매할 때 합리화 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이 옷에 이걸 신으면 딱인데, 비슷한 색감의 옷을 또 산다던가, 냉장고에 음식이 잔뜩인데도 마트만 가면 구매욕이 불타오른다던가 등등 이 모든 순간이 고민의 순간이다.


의류의 경우, 미니멀라이프와 연결되기도 하는데 2개 버리면 1개 사는 걸로 합의를 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라 해서 색깔별로 모두 쟁여두는 습관은 버렸다.(옷장이 도매상 창고처럼 돼버린 적이 있었다. 대학시절...) 패션은 앞으로 더 발전하고 예쁜 옷은 쏟아질 것이다. 과연 시간이 흐른 후 내가 다른 옷에 눈 돌리지 않을까? 당연히 자신 없다. 그때 가서 새로이 마음에 드는 옷을 살 것이다. 대신 하나만 사면 또 예쁜 옷이 나왔을 때 죄책 감 없이 사고 후회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지금 1인 가구다. 곧 2인 가구가 될 예정인데, 남자친구는 의도치 않아도 미니멀리스트에 절약왕이다.(내 기준.) 깔끔하고 단정하기만 하면 브랜드나 스타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해 보인다. 옷은 매번 무난한 취향이라 어떤 조합으로 입어도 다 그럴싸하다. 덕분에 모든 코디가 교복템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크게 배운 점이 있는데, 내가 뭘 사고 싶어 할 때마다 '꼭 필요한 거야? 바로 결정하지 말고 같이 다시 와줄 테니 오늘 하루는 생각 더 해보자'하며 말려준다. 가끔 심술 날 때도 있는데 말을 곱게 해 주니 매번 '아차' 싶다. 내가 또 막 사려고 했구나. 덕분에 돈도 아끼고 미니멀리즘도 달성한 것 같다 대부분 고맙다.


다행히 음식에 있어선 낭비가 전혀 없다. 자주 먹는 음식은 먹는 기간과 먹는 양을 대충 알고 있으니 대량으로 구매할 것은 대량으로 주문한다. 예로 들면, 두부면이나 닭가슴살, 귀리 등등. 거의 매일 먹는 식재료고 쉽게 상하지 않아 과하지 않은 선에서 대량으로 주문하면 식비가 조금 절감된다. 대신 채소는 비싸도 그때그때 사서 먹는다. 양파는 쉽게 물러지고 감자는 싹이 나서 아직 봉지 째로 남은 것들을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차라리 더 비싸더라도 그때그때 주문했더라면 비싸게 주고 샀으니 아까운 마음에라도 다 먹었을 것이다.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 시절, 한창 꾸밀 때라 화장품이며 옷이며 가방을 예쁘면 죄다 구매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모두 보세 제품이라 비싸진 않았지만 대량 구매를 하니 큰 액수였다. 개중에 지금도 잘 입는 옷도 있지만(옷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대부분 '내가 왜 이런 옷을 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도 많았다. 많이 사서 입어봤던 경험으로 이제 내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살 필욘 없었다.


소비를 절제하는 주제인데 옷 이야기가 많아 의아할 수 있겠다. 내가 주로 소비한 분야가 옷밖에 없어서 그렇다. 지금은 옷을 잘 사지 않고 자리에 맞춰 꼭 필요한 것만 사니, 생활비 외엔 큰돈이 들지 않는다. 아, 그래도 가끔 세일을 외면하기 힘들 땐 있다. 단벌신사로 살아라 같은 극단적인 조언이 아니다. 적당히 사라. 적당히 즐기고 후회하지 말자. 힘들게 번 돈 즐겁자고 쓰는 건데 후회하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전 04화 귀찮으면 돈을 쓰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