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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25. 2024

소비의 관성

늘어나거나 끊어지기 전에 붙잡기

*관성 : 운동의 방향이나 속력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작용에 대해 저항하려고 하는 속성.



자세, 습관, 다이어트. 관성의 법칙에 충실한 분야들이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저항하는. 

소비도 그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돈을 안 쓰던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수익에 비례하여 소비하지 않듯이, 돈을 잘 쓰던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어도 빌려서라도 씀씀이를 채우는 사례가 많다. 후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적당하거나 적당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허덕이는 직장인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솔직히 돈이 많은 사람은 관성을 이겨낼 필요가 없다..) 매달 생활비 예산을 짜서 생활하고 있는데 고정비용 외엔 예산 안에서 해결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 해도 무방하다. 특히, 물욕이 한 번씩 도질 때마다 신나게 결제한 신용카드값이 많이 나온 달의 다음 달은 특히나 더 힘들다. 카드값 내는 것도 그렇지만 그 '긁는 맛'을 이미 맛본 터라 조금만 마음이 기울면 그걸 참는 게 더 힘들게 느껴졌다. 


난 새벽의 SNS와 유튜브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마케터는 이걸 노렸겠지. 난 넘어갔다. 인정.) 

관심 분야는 화장품인데, 왜 그 시간에 보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다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것들이고 내 퍼스널 컬러에 맞는 색조인 건지. 어쩜 내 피부 고민을 꿰뚫는 건지 너무 신기하다. 누가 도청이라도 하는 건가 싶기도 할 정도다. 그리고 이 정도 가격 이만 다 괜찮게 보인다. 밤엔 사람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데 이성이 날아가버리나 보다.



다른 화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배달음식이 관성이 엄청나다. 한 번 시켜 먹으면 내일도, 모레도 또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진다. 그러다가 한 번 집밥을 해 먹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몇 주 째 배달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달이 오기도 한다. 그 '시작'이 어렵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우리가 배달의 민족 이어서일까. 합리적인 의심이다.


소비도 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다 살아지더라. 그 순간만 참으면 안 산 결정을 한 내가 대견하고 잔고 변동이 없는 통장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활용하게 돼서 그 물건들도 뽕(?)을 뽑을 수 있게 된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도 보람되고 있는 물건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보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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