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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01. 2024

눈에 보이는 성과 만들기

목표 저축액은 적게 시작

모두들 소소하게 10억 정도는 갖고 싶지 않은가?


그런데 사업 수완이 좋지도, 투자에 재능이 있지도,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 그 큰돈을 어떻게 모으지? 내 월급으론 숨만 쉬어도 수년은 걸릴 텐데.  벌써부터 막막하고 의욕 상실이다.


바로 '의욕 상실'이 문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하기 싫어진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바로 저축하진 않았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서 돈을 벌어보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바르고 싶은 것 등등 예쁜 것들을 사모으고 먹으러 다니기 바빴다. 당시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생활비도 드리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나면 남은 금액을 모았다. 모았다기 보단 그냥 남은 금액을 통장에 '남겨뒀다'가 더 가까운 표현이다.


그러다 20대 중반이 되고 이직을 했는데 사내 복지로 오피스텔 보증금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1,000만 원만 내면 서울 역세권(더구나 회사까지 도보로 10분)에 22평짜리 오피스텔에 들어갈 수 있는 거였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라 본가에서 살고 있음에도 내 몫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드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부모님께 사달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 생일이나 어버이날 등 행사마다 식사 대접도 했다. 그랬기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독립에 대한 로망이 컸다.


그 1,000만 원을 목표로 절약해 가며 모으기 시작했다. 이게 나의 첫 번째 목표였다.


점심은 회사 건물 구내식당에서 당시 5,000원에 해결했다. 그것도 식권 10장을 한 번에 사면 1장을 무료로 줘서 5만 원에 11번의 끼니를 해결했다. 카페는 일절 가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군것질도 하지 않았다. 옷이나 신발, 화장품 등 꾸밈비를 확 줄였다. 아, 통신비를 알뜰 요금제로 바꾼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작은 돈도 아끼다 보니 저축 금액이 많이 늘었다.


그렇게 8개월 만에 1,000만 원을 모았다.


무사히 이사를 마치고 나니 정말 1인 사회가 펼쳐진 기분이 들었다. 나만의 나라를 운영한다는 기분이었다. 이제 매달 내가 벌어온 예산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열심히 연구해야 했다.


1,000만 원을 모아보니 이 정도는 또 해볼 만하다고 느껴졌다. 엑셀을 열어 고정비와 변동비 리스트를 정리했다. 이때, 관리비와 가스비는 조금 넉넉히 책정하는 게 좋다. 1년의 예산을 짜고 나니 연간 저축 금액의 최소~최대 범위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최소 저축액은 최대 금액의 70% 정도로 예상했다. 1년을 모아놓고 보니 꽤 큰돈이 모였다! 점점 절약과 저축이 재밌었다. 고통스럽게 아끼지 않아도 적당히 사치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만 하면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혼자 살면 본가에서 살 때보다 돈이 훨씬 더 나간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같은 독립이어도 출발선이 다를 순 있겠지만. 하지만 돈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이 달라진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라도 이직하기 위해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게 된다. 여러 가지 n잡도 알아보게 되고 1,000만 원 단위의 돈이 모일 때마다 은행별 이율을 따져가며 예금 금리도 알아보게 된다. 이렇게 경제와 사회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전세 자금 3억 정도 모아야지라고 목표를 잡았다면 얼마 못 가 포기하고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며 그럭저럭 사고 싶은 물건 사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1,000만 원이라는 크지 않은 금액부터 시작했으나 지금이라는 결과를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180도 다르다.


어느덧 결혼할 남자친구가 생겨 양가의 허락도 받고 함께 살 신혼집을 알아보며 대출 제도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부모님이 나를 신뢰하는 정도가 다르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바라봐주시고 어떤 일이든 알아서 잘하겠지 하며 믿고 맡겨주신다. 아직도 내가 부모님 밑에서 어린애처럼 미성숙하고 무지하게 살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꿈도 못 꿀 일이다.


1,000원을 10번 모아 10,000부터 모아보자. 그리고 또 10번 모아 100,000으로 만들어보자. 돈은 한 번 모으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돈이 자가분열 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인드가 바뀐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몇 년 뒤의 나의 모습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너무 멀리 보면 어떤 일이든 부담스럽고 못해 낼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조차 하기 힘들 테니, 일단 오늘부터 절약하고 한 푼이라도 모아보자.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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