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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18. 2024

귀찮으면 돈을 쓰게 된다

굳이 불편하게 살기

이젠 정말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는 세상이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과 건강도 돈이 뒷받침되어야 실현 가능성에 훨씬 가까워진다. 


명품소비도 많이 늘었지만 그건 너무 눈에 띄는 큰 소비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허투루 쓰는 부분이 어디일까? 


바로 '귀찮음'이다. 

귀찮을 때 망설임 없이 돈을 쓰고 싶어 진다. '내가 이러려고 돈벌지'라고 합리화하며.


음식은 물론 마트에서 장보기도 배달이 되고 세탁물은 집 앞으로 픽업과 배달이 둘 다 된다! 대한민국은 정말 '배달의 민족'이 되어버렸다. 문화가 이렇게 변화하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린 건 아닌 것 같다. 불과 10년 전, 대학생일 땐 대부분 식당에 가서 먹는 게 당연했고 동아리실에서 중식을 시키면 라이더가 아닌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왔다. 철가방과 함께. 배달비는 0원. 거기에 서비스 군만두는 필수였다. 이젠 리뷰를 쓴다는 전제 하에만 서비스를 받고 배달비는 거진 커피 한 잔 값을 웃돈다. 


한 번 배달시켜 먹으면 직접 해 먹는 관성이 늘어진다. 솔직히 배달 시간도 그리 짧지 않아, 그 시간에 뭐라도 간단히 만들어 먹으면 훨씬 빠를 때도 있는데 그 잠깐 요리하는 게 귀찮아져서 자꾸 배달앱을 켠다. 그럼 장 봐둔 식재료들은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는 게 생기는데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음식 자체를 버리는 기분이 들어 매번 스스로 민망하다. 


식재료만 산다는 조건으로 보통 한 번 장을 보면 4~5만 원 정도 쓴다. 과일 한 두 개 사게 되면 7만 원은 금방이다. 그런데 막상 해먹을 건 없는 것 같다. 또 배달 음식 생각이 난다. '사 먹는 게 더 싸겠는데?' 하는 웃기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주 1회 미만으로 외식이나 배달 횟수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배달할 바엔 외식을 한다. 배달비로 과자 한 개 더 사 먹고 말지. 그리고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 밀키트도 사지 않는다. 이미 조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이 꽤나 나간다. 웬만하면 채소거리를 사서 볶음밥을 하든 찌개를 끓여 먹는다. 단백질은 두부피면을 대용량으로 사서 소분한 다음 파스타 소스에 볶아 먹거나 닭가슴살을 조리해서 먹는다. 붉은 육류는 몸에도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닭고기가 저렴하고 오히려 좋다. 


커피도 끊고 단음식은 잘 먹지 않아 디저트류는 배달할 일이 거의 없다. 정말 먹고 싶다면 편의점에서 과자나 아이스크림 한두 개 사 오는 게 전부다. 그럼 많아봐야 5000원 정도 든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 노력하거나 군것질을 끊는 것 모두 처음엔 힘들다. 이미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지만 모든 일엔 관성이 있다. 고무줄이 다 늘어나버리기 전에 놓아야 한다. 관성을 되찾자. 그것이 바로 '굳이 귀찮아져야 하는' 이유다.


SNS에 짧은 영상으로 자취생 간단 요리들이 많이 올라온다. 조리 방법도 쉽고 재료도 거창하지 않아 누구든 해 먹을 수 있다. 만들어 먹다 보면 이런저런 레시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만든 요리를 SNS에 올리면서 그 재미에 자꾸 해 먹게 된다면 그거야 말고 SNS의 순기능이 될 수 있다. 허투루 낭비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하루하루 챌린지하며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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