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의 연속

by 은조

원래라면 지난주 금요일에 외래 진료를 봤어야 했다.

병원이 본가와 가까워서 목요일에 퇴근하고 본가로 갈 채비까지 다 하고 나왔는데

퇴근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검사 결과가 지연돼

진료를 차주로 미뤄야 한다는 병원 연락을 받았다.

당장 내일 연차 기안서까지 결재받았는데 취소하고 다시 올려야겠네,

하는 생각 때문에 왜 늦어졌는지를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뭔가 내 조직결과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래서 추가검사를 하느라 늦어지는 걸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에 가슴이 둥둥 울렸다.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유는 알아야 주말을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휴먼과 통화를 해서 이유를 묻고 싶었는데

자꾸 AI 자동 메시지로만 연결돼서 수 십 분을 욕지거리하며 수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그것도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30분 만이었나, 겨우 연결됐는데 진료과가 마감됐다더라.

아, 짜증 나네 진짜. 내일 이유를 확인해서 다시 연락 주겠다는

확답을 받고 2분 만에 통화를 종료했다.

오늘 잠은 다 잤다.


엉망인 기분으로 어쩔 수 없이 전해 줄 물건이 있어 본가로 향했다.

하룻밤 잘 계획으로 화장품, 잠옷 등 다 챙겼는데 틀어지니

본가에서 자는 것 마저도 내 집 같이 편하지 않았다.

빨리 ‘나의 집’으로 가 침대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니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은 무슨,

등에 짊어진 짐도 다 내팽개치고 싶었는데

엄마가 해준 저녁을 든든히 먹고 나니 신기하게 또 힘이 났다.

엄마도 이제 막 치료를 끝내고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을 텐데 나까지 그 짐을 보탠 것 같아 너무 죄스러웠다.

이미 다 치운 저녁 상을 다시 차려준 것조차도 미안했다.



다음날 아침, 재택근무 준비를 하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심장이 정말 배 밖으로 나올 것 같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2분간의 통화, 그리고 허무함과 안도감이 공존했다.

월요일은 검사 담당자의 휴가였고 수요일에 전산 시스템이 다운되어

내 검사가 목요일에 올려졌단 거다.

그러니 그다음 날인 금요일에 진료가 불가능했던 것.

와, 진작 이렇게 설명해 주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느라

설쳤던 지난밤이 우스웠고 원망스러웠다.



맘모톰 수술 후 처음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듣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은 후부터 오른쪽 눈 밑이 계속 떨린다.

3주 차가 되어가는 지금도. 지난주부턴 마그네슘 영양제도

챙겨 먹어보고 있는데 별 차도가 없는 것 같다.

원인의 5%는 마그네슘 결핍, 95%가 피로와 스트레스라는데

스트레스 때문이 맞나 보다.

병원 생각을 떨쳐보려고 넷플릭스 영화도 찾아보고

먹방 유튜브도 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그게 잘 안 됐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끝까지 신경 쓰는 내 성격이 정말 싫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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