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전설의 5시간 버스 여행:서울에서 부산 간 거야?

by 호주아재

그러던 중 6월 어느 날, 나는 갑자기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어졌다. 시드니는 시티를 조금만 벗어나도 그림 같은 집들과 한적한 거리들이 펼쳐지니까! Five Dock이라는 외곽 지역에서 살고 있던 나는 늘 타던 버스가 아닌, 새로운 노선의 버스를 타기로 결심했다.

내가 홈스테이 하던 집과 집 앞
걸어서 3분거리에 있던 Five Dock 공원

센트럴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평소 듣기만 했던 그 번호의 버스가 왔다. 좋은 풍경의 길을 지난다는 그 버스!!!! 망설임 없이 올라타면서 기사에게 물었다.
"Is this bus go to Five Dock?" (맞춤법 틀린 건 몰랐다...)
기사는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말했다. 나는 ‘OK’라는 단어만 들린 것 같았고, 의심 없이 티켓을 찍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1시간... 1시간 반... 이상했다. Five Dock이 나올 기미가 없었다.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결국 2시간이 지나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다. 내리면서 기사에게 다시 물었다.
"Five Dock 가는 버스 아니었어요...?"
기사는 마치 ‘이 인간 또 뭐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I told you earlier that it doesn't go to Five Dock bus stop. If you really want to take this bus, transfer to the 175 bus after five stops."
(내가 아까 five dock 버스 정류장에 안 간다고 했잖아. 정말 이 버스를 타고 싶으면 5 정거장 후에 175번으로 갈아 타라고....)

그 당시 나는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눈물 글썽이며 "Five Dock... please..."만 반복했다. 결국, 30분을 기다려 시드니 시내로 돌아온 뒤 원래 타던 버스를 타고, 장장 5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이 시간이면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부산 종합터미널까지 가는데.......

그날 이후 나는 영어 공부를 미친 듯이 하기로 결심했다. 다시는 이런 멍청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하면서!

keyword
이전 01화#1.인생은 혹독하지만, 꿈은 적당히 익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