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이다. 내가 '와, 나 진짜 영어 못하는구나...'라고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앞에서 호주인 부모와 손을 잡고 가는 귀엽고 인형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보였다. 두 살? 많아야 세 살쯤 되어 보였다. 그런데 그 애가 엄마가 말하는 걸 완벽하게 알아듣고, "No, mommy! I don’t want that! I want ice cream!" 이러는 거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잠깐만... 이 조그만 애가 이렇게 영어를 잘한다고...?'
그 순간 내가 받은 충격이란. 나는 서른이 넘도록 "Could you change this form, please?"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 애는 떡하니 자기가 원하는 걸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었다. '아, 이게 영어권 국가의 힘인가?...'
순간, 그 꼬마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뭐야, 이 아재는 왜 이렇게 나를 빤히 쳐다보지?'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너 잘났다. 세 살짜리한테도 영어 실력으로 밀리는 이 한심한 아재를 용서해라...'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세 살짜리도 영어를 알아듣고 말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거 돈 들여서 유학까지 온 보람이 있긴 한 건가? 내 인생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
그날 이후 나는 내 영어 실력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졌고, 이를 악물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세 살짜리한테 까이는 영어 실력'이라는 치욕을 더는 당하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