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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쉐라톤에서의 나는 어떤 위치에 있었을까?

by 호주아재

다음은 5성급 호텔 주방에서 흔히 거치는 각 포지션의 실제 역할, 요구 역량, 승진 포인트를 보다 세밀히 풀어 쓴 내용입니다. 호주, 유럽식 브리게이드(brigade) 체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 Apprentice (수습생) - 3년과정

역할: 재료 손질, 기초 소스, 스톡 만들기, 위생·안전 규정 숙지.


핵심 역량: 칼질, 위생, 기본 소스, 기초 주방 용어.


승진 포인트: 끈기, 근태, 기본기 습득 속도.


현장 팁: '묻지 말고 보고 배워라". 메모, 사진, 시연 관찰이 무기.



2. Commis Chef 《코미셰프》 (1·2·3등급)

역할: 실제 조리 라인에 서서 셋업(set-up), 파스타, 소스 등 세부 파트 담당.


핵심 역량: 미스엔 팔라스(mise en place)-재료준비, 정확성, 동시 작업 속도.


승진 포인트: 서비스 타임에 '안정된 손'. 실수가 적을수록 이름이 기억된다.



3. Demi Chef 《데미셰프》

역할: 한 섹션의 '부 파트장'. 핫, 콜드, 그릴 등 특정 파트를 주도.


핵심 역량: 주문량 급증 시 동선 관리, 간단한 메뉴 개발.


승진 포인트: 섹션 매출, 폐기율 관리 능력.



4. Senior Demi Chef 《씨니어 데미셰프》

역할: Demi Chef와 파트셰프 사이. 독립 서비스 운영, 신입 교육.


핵심 역량: 미세한 맛 조율, 리더십 첫걸음.


승진 포인트: 팀 내 문제 해결 사례가 경력의 하이라이트.



5. Junior Chef de Partie 《주니어 셰프 디 파티》


6. Chef de Partie 《셰프 디 파티》


7. Senior Chef de Partie 《씨니어 셰프 디 파티》

공통 역할: 섹션 책임자. 파스타, 그릴, 패스트리 등 '나만의 왕국' 운영.


핵심 역량: 재료 주문, 재고, 원가율 관리, 새로운 셰프 또는 견습생 셰프들을 트레이닝.


차이점:

Junior는 파트 단독 운영 연습 단계.

Chef de Partie는 완전 독립 책임.

Senior는 파트 전체 퀄리티와 스케줄링까지 총괄.


승진 포인트: 원가 절감, 고객 피드백, 제철 메뉴 제안 능력.



8. Assistant / Junior Sous Chef.《어씨스턴트 / 주니어 수 셰프》

역할: 주방의 부매니저. 서비스 타임 전체를 조율, 사고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


핵심 역량: 다수의 섹션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야, 인력, 재료 스케줄링.


승진 포인트: 메뉴 리뉴얼 및 행사 케이터링에서 두각.



9. Sous Chef & Head Chef. 《수셰프 & 헤드셰프》

역할: 주방의 실질적 '작전 지휘관'.


핵심 역량: 메뉴 개발, 식자재 비용, 위기 대응, 한달치 근무표 작성및 후배 육성.


현장감: "셰프의 목소리가 곧 주방의 박자" 조리 라인 전체를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지휘.



10. Executive Sous Chef 《이그젝큐티브 수 셰프》

역할: 대규모 호텔·리조트에서 주방 전반을 장기 계획, 운영.


핵심 역량: 다층 레스토랑, 연회, 룸서비스까지 통합 관리.



11. Executive Chef 《이그젝큐티브 셰프》

역할: 주방뿐 아니라 F&B(식음료) 전체 전략가. 브랜드 콘셉트·마케팅·이익 구조 설계.


핵심 역량: 재무 감각, PR, 협상, 미디어 대응.


현장 팁: 칼보다 펜, 냄비보다 예산표를 더 자주 본다.




주방에서 Sous Chef라는 자리는 '단순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리더'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하루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불길의 열기, 동료들의 빠른 발걸음, 그리고 숨이 가빠지는 긴장감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주방은 금세 전쟁터처럼 변한다.

수십 개의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어느 테이블의 메인 요리가 먼저 나가야 할지,

어떤 소스를 지금 불에서 내려야 할지

머릿속에서 보이지 않는 시계가 끊임없이 돌아간다.

조리와 플레이팅, 속도를 동시에 챙기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듯하다.


손님들이 떠나고 주방의 불이 꺼져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재료 원가를 계산하고, 다음 날의 식자재를 주문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다 보면 늦은 밤까지 주방에 남게 된다.

이 자리에는 단순한 요리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맛을 읽는 감각, 정확한 속도,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십,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셰프들은 이렇게까지 주방에서 몸을 혹사할까?

답은 간단하다.

호텔 주방에서 한 접시는 그저 음식이 아니다.

셰프의 이름이 담긴 명함이자,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뜨거운 불과 날 선 칼날 사이에서

아픔을 잊고 버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셰프의 길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아니다.

기술과 리더십, 재무 감각까지 모두 증명해야만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는 끝없는 등반이라고 할 수 있다.

Sous Chef라는 지금의 자리는 그 긴 여정의 한가운데,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산을 바라보는 지점일 뿐이다.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3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과 2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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