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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사, 셰어하우스, 그리고 홈스테이 대소동!

by 호주아재

2007년 12월 3일 입주! 우리는 선박으로 실어올 이삿짐의 브리즈번 도착일에 맞춰 렌트 계약을 완료했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아니, 호주에서 중고 가전제품과 가구를 사면 훨씬 싸고 편한데, 굳이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가구, 그리고 그릇 하나까지도 우리가 결혼할 때 아내가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혼수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두고 가기엔 너무 아깝고, 정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쓰던 익숙한 물건을 써야 덜 외롭지 않겠어?’라는 나름의 논리도 있었다.
집을 렌트한 후 나는 셰어하우스에 함께 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다니는 학교 알림판에 광고도 올리고, 친한 클래스 메이트들에게도 "우리 집 와라! 싸고, 좋고, 위치도 끝내줘!"라며 열심히 어필했다. 하지만 셰어생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당장 2주 후에 입주인데... 우리 둘이 이 넓은 집을 덩그러니 지킬 순 없잖아?"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극단적인(?) 해결책을 떠올렸다. "홈스테이를 해보자!" 내가 시드니에서 몇 달간 호주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 저렴한 가격에 아침과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주고, 아내가 정성껏 차려주는 저녁까지 제공하면 매력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탄생한 우리 집의 첫 홈스테이 학생들! 그 이름하여 지니와 에이미.
여학생들을 홈스테이 셰어생으로 구하는 것이 낯선 곳에서 혼자 외롭게 있을 아내를 위해서도 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이렇게 두 명의 홈스테이 셰어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면서, 우리는 단순한 셰어메이트가 아닌 진정한 ‘의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면 그게 인생일까? 우리의 싸우스뱅크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가득 찼다. 한 방을 같이 셰어 하게 된 개성 강한 두 여학생의 사소한 생활 습관 차이!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집안에 남자는 나 혼자라는 것!

셋이 모이면 문전성시, 넷이 모이면 전쟁터! 세 명의 여자들에게 들들 볶이며 살아가는 내 모습은 마치 야생에서 생존하는 한 마리의... 아니, 한 마리의 남편이 아니라, 한 마리의 집사 같았다. 웃음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좌충우돌의 나날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호주에서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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