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하게도 스터디 그룹 동생들에게 거의 매일 조언과 도움만 받던 내가 제일 먼저 아이엘츠 목표 점수를 받았다.
영주권 신청이 접수되고, 이튿날, 스터디 멤버들이 모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도서관을 찾았고,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사실 내심 자랑하려고 갔지만, 분위기가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나타나자 모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환영의 말들이 하나둘 잦아들 무렵, 제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나는 언제쯤…’이라고 되묻는 듯한, 속이 타들어 가는 한숨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
그녀는 조용히 샤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딱."
샤프심이 부러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지만, 손끝은 솔직했다.
"아니, 오빠는 우리가 키워줬는데, 우리가 먼저 돼야 하는 거 아냐?!"
이벳이 웃는 얼굴로 억울함을 토로했고, 나는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맞아, 이거 다 너희 덕분이다! 너희들 없었으면.. 아휴! 상상도 하기 싫다!!
"내심 자랑을 하러 갔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 내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에겐 내 자랑보다는 ‘넌 꼭 될 거야!’라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더 필요한데......'
평소 도서관 뒤편에서 모여 도시락을 먹으며 나누던 우리만의 약속, '먼저 점수받은 사람이 밥 사기.' 나는 그 약속을 지키고, 또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날 저녁 한식당을 예약했다."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격려했고, 한껏 기분이 업된 블레어가 잔을 들고 외쳤다. "우린 다 된다! 오빠가 해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놀랍게도, 모든 멤버가 하나같이 바라던 점수를 취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의사 출신 지웅이는 7.0 이상의 점수를 받고 인천세관 특별공채로 채용되어 나랏일을 하러 한국으로 귀국했다.
제이와 이벳 역시 모두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 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각각 세무 업무와 자신만의 사업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그레이스는 시민권을 취득한 후 헝가리인 남편을 따라 동유럽으로 이동해, 독일어와 헝가리어에 능통한 언어 마술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블레어는 7.0 이상을 받은 후 시드니 대학교에서 동시통역과 공증(NATTI)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결혼 후, 다시 멜버른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브리즈번으로 돌아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돕는 에이지드 케어 서비스의 선임 간호사로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엘츠 스터디 멤버들은 각자의 길에서 꿈을 이루고 있다. 힘든 시절 함께했던 시간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결국엔 모두가 원하는 곳에 도착했다. 가끔 우리는 온라인으로 모여 그때를 회상한다.
"형!!. 형 없었으면 우리 다 망했을지도 몰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지, 너희가 없었으면 내가 먼저 합격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서로를 응원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함께 성장했다.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2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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