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작은 파도에 흔들리던 날, 우리는 다시 웃었다

by 호주아재

알피와 전화 통화 후 주방 복귀 날짜를 조정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래.. 내 빈자리가 엄청 컸나 보네? 하하하!!"

"쓸데없이 떠들지 말고! 이제 시험도 끝났고, 영주권 신청도 넣었으니까, 3일 정도 여유 있잖아? 1박 2일로 가까운 데라도 바람 쐬러 가자!"
아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 좋지! 그런데 어디로?"

"물루라바 비치! 요즘 핫하다던데!"

그렇게 우리는 급하게 호텔을 예약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다음 날 브리즈번에서 2시간 반 떨어진 Sunshine Coast의 'Mooloolaba Beach'로 향했다.


호주 이민 와서 처음 떠나는, 단둘이의 짧은 여행.
이건 그냥 나들이가 아니었다.
시험과 일, 영주권의 불안에 치여 살던 우리에게 필요한 ‘숨통’ 같은 시간이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그렇게 도착한 Mooloolaba Beach.
그곳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하얀 백사장과 투명한 바다가 매력 포인트인 Mooloolaba Beach

바닷물은 내 미래보다 더 투명했고,
하얀 백사장은 설탕가루를 뿌린 것처럼 보드랍고,
야자수는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뻗어 있었으며,
살랑이는 바닷바람은 마치, “잘 버텼다”며 등을 토닥이는 것 같았다.

"이건… 진짜 신이 숨겨놓은 낙원이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살랑이는 바닷바람, 파도소리, 발끝에 닿는 모래의 감촉까지... 모든 게 따뜻하고, 고요했다.
그 조용한 걷는 시간이 오히려 말보다 더 많은 걸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런 아늑한 풍경 속에서,
아내도 오랜만에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듯한 얼굴이었다.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아내가 그냥... 고마웠다.
이 먼 나라까지 함께 와서,

수많은 순간을 견뎌준 사람.
나보다 더 강했던 사람.

그때, 아내가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여기에서 자리 잘 잡으면, 꼭 해외여행 가자. 동남아? 유럽? 아니면 가까운 뉴질랜드라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당연하지! 우리 비즈니스 클래스 타고, 최고급 호텔에서 묵고, 미슐랭 풀코스로 먹고, 쇼핑도 펑펑하자! 내가 다 데리고 다녀줄게!"

그러자 피식 웃던 아내가 말했다.
"그래?... 그럼 당신은 이제부터 돈을 펑펑 벌면 되겠네?"

"응? 그... 그래!!"
괜히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해가 저물었다.
바다와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우리는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꿈꾸는 이 순간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
아무것도 이뤄놓은 건 없지만,
그래도 함께라서 가슴이 벅찬 이 순간.

그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목적지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마음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렇게 조용히,
또 하나의 인생 목표가 생겼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 것.’

그리고,
또 하나.
'이 순간을 함께한 사람의 손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져도,
우리의 마음만큼은 선명하게 남기를.
언젠가 같은 해변에 다시 서게 된다면
지금 이 꿈 많은 둘을,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2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이전 12화#12. "격려가 우선순위, 자랑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