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격 Jun 14. 2021

취미가 일이 되면 결국 일.

적성에 맞는 일, 돈이 되는 일. 

누가 답을 내놔도 끝없이 거듭되는 질문이다. 


나는 사회성이 없으니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결심하고 취미로 해오던 도자기를 업으로 삼았다. 

꼭 도자기여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림도 좋고 목공도 좋고 모양 내고 만드는 일이면 족 했다. 

부피가 작아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생활필수품이기도 하기에 도자기를 취미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됐다.


취미와 일의 차이는 내가 기준이냐. 남이 기준이냐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그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 감 잡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을.. 

같이 좋아해 주는 남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 

넓은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의 남들이 존재하니까.  


세상은 아주 넓어서 나의 존재는 눈에 띄지 않는가 보다.  

남의 눈에 띄어야 겠다. 

이제 기준은 내가 아니고 남이 된 것이다. 

취미가 아니고 일이다. 

얼마에 어떤 걸 팔아야 하지?

내가 모르는 것이 기준이 되니 혼란스러웠다.  


눈에 띄고 싶어 꾸미다 보면 시간이 걸리고 단가가 높아진다. 

조금의 흠집도 타인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괜찮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타인은 무서운 존재이다. 

무서운 만큼 목표치가 막연히 높아졌다. 

기다리고 마음 조리며 가마를 열 때마다 그에 맞는 결과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패를 계속하다 보니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실패라고 이름 붙여되 되나? 무지함의 결과일 뿐인데? 당연한 건데? 

실패라고 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모멸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남의 취향 탓하고 상황 탓하고 화를 내고 싶어 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으로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이런 걸 좋아하나?

타인이 적으로 느껴졌다. 

 

Idus의 경우 도자기 제품의 조회수나 구매 횟수가 높지 않아 보인다. 반제품에 약간의 터치로 싸게 팔거나 이니셜 새겨 주는 것이 대부분. 

수제품 판매처인 만큼 먹거리나 화장품 등 몸,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어울린다. 


단순히 내 생각이다. 

고객은 이러저러해서 구매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주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스무고개 하듯 다양하게 들이대 보고 반응을 볼 수밖에 없다.  

뻔뻔하게 반복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나에게는 불가능 일 수도 있다.  


이런 고민 끝에 존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했다. 

체험 수강을 하자. 


이사하고 돈없으니 직접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쳐갔다. 


바닥을 치는 사람들이 그렇듯 성공담을 찾아본다. 

성공 요령을 대입하면. 

도자기 제작을 처음부터 할 것이 아니라 

우선 소매로 판매를 해보면서 어떤 게 돈 되는지 확인 했어야 했다.

그 요령에는 본인의 취향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철저히 타인을 향해 있다. 

 

다시 처음의 얘기를 하자. 

하고 싶은 게 돈이 안되면 하고 싶은 거 주변에서 돈 되는 일을 찾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살면서 어깨 넘어 업계 동향과 사람들 취향을 파악했더라면 지금보다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사는 것이 적성이 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일이 취미가 되지 않을까. 


적성 아닌 것을 적성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가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미뤄왔던 숙제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