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천장 페인트칠은 참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요가로 키워놓은 유연성이 있었지만 쉬어 가며 며칠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인테리어 업체가 있던 곳이 철거되고 새로 인테리어가 시작됐다.
뭐가 들어 서려나..
그쪽은 전문 업자가 진행해서 일주일 만에 형태를 갖춰버렸다.
그리고 현수막이 걸렸다.
OOO 세라믹. 6월 10일 오픈.
도예 고등학교, OO대학교 도예학과, 17년 경력 …
화려한 경력과 함께 블로그와 인스타 그램 안내가 있었다.
네이버 플레이스도 이미 등록되어 있었다.
경력자다웠다.
나는 망했다.
한숨이 나왔다.
바닥 에폭시를 해야 하는데.
그날은 쉬었다.
친구들에게 하소연해봤지만 심각하게 듣는 이가 없었다.
공방 거리를 만들어.
(내가 백종원인가)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하나같이 같은 소릴 한다.
지독히 획일적인 놈들이다.
부동산 옆의 부동산, 미용실 옆의 미용실 정도로 생각한다.
서로 몰랐을 것이다. 내가 공방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그쪽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가깝다.
간판을 그냥 “도자기 공방”이라고만 해서 달았다.
유일할 거라고 생각했다. 희소가치로 비벼보려 했으나 망했다.
친구가 네비 찍고 왔는데 아래 공방 앞에서 목적지에 다 왔다고 종료됐다고 한다. 헷갈렸다고.
부르지도 않은 설비 기사 아저씨가 들어오고 아래를 예약하고 이곳에 온다.
아래 공방에 갔다가 왔다는 분도 계신다.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하려고 했던 거 묵묵히 하자고 다짐한다.
내가 더 꼭대기에 있어서 출, 퇴근 시 그 앞을 지나간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다짐하며 지나간다.
그 공방에 손님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다.
입원하고 병원 왔다 갔다 하는데 그곳에서는 손님 받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기분이 그럴 때는 그 앞을 지나가지 않고 먼 길을 돌아간다.
6월은 매출이 없었고
7월은 50 벌었고
8월은 100을 벌었다.
그곳이 없었다면..
의식하지 말고 내 갈길 가자고 다시 생각한다.
아래 공방에서는 개를 키운다. 산책시키며 나의 공방 앞을 지나다가 들른 적이 있다.
아래 공방에서 왔어요. 인사드리려고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할 말이 없었다. 난처했다.
뭘 물어야 하나
장사 잘되냐고 물어야 하나?
내가 잘 되지 않는데 무슨 대답을 들으려고 그런 질문을 하나.
이거다 싶은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색하게 쭈뼛거리다가
언제 놀러 오세요.
예. 놀러 갈게요.
그렇게 안면을 텄고 어색한 관계가 됐다.
체험 가격을 책정하거나 공방 앞에 현수막을 큼지막하게 걸거나 뭘 하려고 할 때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손님 빼앗으려는 수작으로 보이려나?
소인배적 행동으로 보일까?
동네 장사보다 원주 전역을 상대로 하는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체험뿐만 아니라 만들어 파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토요일은 손님이 좀 있다. 그래서 100을 벌 수 있었다.
수업하고 있을 때 친구가 놀러 왔었다.
딸아이랑 구석에 앉아 있다가 갔다.
챙겨 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전화가 왔다.
됐네? 성공했네?
토요일만 잘돼. 주중에 아무도 없어.
이제 나아지겠지. 축하해.
….
아래 공방에는 사람이 없어.
니가 어찌 알아?
지나다 보면 없어. 너가 이겼어.
…. (무슨 소용인가)
아래 공방이 잘되고 내가 안되면 내가 못하는 것이니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둘 다 안되면 시장 자체가 꽝인 것 아닌 가. 뭐가 좋은 건가?
이것은 이별한 연인의 소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다 라거나 별로라는 소식에 대한 감정은 나의 처지에 따라 결정된다.
원망이나 분노가 될 수도.
안도나 안타까움이 될 수도.
서로 다 잘 되는 최상의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