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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ia Choi Aug 19. 2023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글로리 인 블러드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1악장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는 화려한 곡이다. 고전과 낭만 그 어딘가에서 잘 짜여진 형식과 화려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멜로디가 유려하게 결합하면서 곡이 진행된다. 마치 화려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황제와 그를 따르는 병사들처럼 화려한 기교의 피아노를 관악이 돋보이는 멋진 오케스트레이션이 보조해주는데, 여기에 피아노와 포르테가 적절히 조절되면서 곡이 주는 느낌이 더욱 풍성해진다. 곡이 주는 느낌과 딱 맞아 떨어지는 부제는 의외로 베토벤이 아닌 출판업자가 붙인 이름이다. ("공화주의자"인 베토벤은 그가 숭배하던 만큼이나 나중에 나폴레옹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화려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금과 은을 사용하여 모자이크 형식으로 구성된 그림의 주인공은 "황제"가 아니라 어느 부유한 사업가의 부인이다. 아름답고 어린 부인을 굉장히 사랑한 유대인 사업가 "페르디난트 블로흐 바우어"는 당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클림트에게 부인의 초상을 의뢰한다. 부인의 미모와 자신의 재력을 예술로 승화시켜 가문의 영광으로 후대에 기리기리 남기리라라는 의도였겠지만, 아주 슬프게도 부인 역시 젊은 나이로 병사하고 그림의 운명 역시 약탈과 소송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어떤 일이던 댓가는 따르는 법이다.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리터의 피가 필요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희생을 치루고 민중의 해방자라고 믿었던 나폴레옹이 황제에 등극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베토벤이 받은 충격이 어땠을지...하지만 그는 늘 희망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황제"를 들으면 측은함은 느껴질 망정 어떤 실망도 배신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옆에서 죽어나가고, 귀가 점점 안들리는 상황에서 이런 음악을 만들다니 그는 진정한 "초긍정주의자"다.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유럽이 다시 왕정의 복고와 전쟁으로 얼룩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평화와 화합"에 대한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화려한 목걸이를 한 채, 금과 은으로 된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의 그림에 담긴 역사는 아름다움과 영광에는 상처와 그늘이 따른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았지만, 그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때문에 그림과 후손들이 편치 못 할 거란 걸 사업가였던 페르디난트는 과연 몰랐을까? 아니면 그 역시 베토벤처럼 "초긍정주의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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