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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hyeonju Oct 01. 2016

일인칭

우리는 때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사랑하고 싶다 


   나는 그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침묵하고 있는 그에게서 어떤 말도 듣지 못했던 것처럼. 굳게 입을 다문 그에게 속사포처럼 쌓인 속내를 털어놓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주위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 전부가 숨을 죽이고 이별하고 있는 연인의 이야기를 엿들으려는 듯이. 세상의 침묵 앞에서도 그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었다. 마음조차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이별했다.  



  설명하는 사람은 쉽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입부터 다물어버리는 사람은 어렵다. 침묵하는 사람들은 굳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상대는 답답함에 속이 터져 죽더라도. 그러니 오늘도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굳게 다무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타인의 마음에 짐을 지우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가끔은 그의 눈으로 나를 보고 싶었다. 그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은 일인칭이었고, 나는 결코 그의 시점에서 우리 사이를 써내려 갈 수 없었다.  그러니 그쯤에서 멈춘 것은 잘한 일이었다. 정확히는, 그쯤 해두는 게 서로 좋았을 테다. 침묵하려는 그와 설명하려는 나는 결코 좋은 조합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무언에 내 방식대로의 주석을 써서 붙이려 했고, 그는 내 마음에 입 마개를 씌우려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만 보게 만들던 시간이 안개처럼 흩어지면, 결국 상대의 맨살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매끄럽지도, 생각처럼 빛나지도 않는. 결국은 어딘가는 추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가진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가 다른 누구보다 하나 나을 것 없는 초라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일인칭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나는 나밖에 모른다. 차이가 불러온 오해는 기껏 쌓아 놓은 사랑을 망가지게 만들고 또 무너뜨린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의 여운이 길어 때로 내 삶을 옭아맨다고 해도, 나는 그를 통째로 도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좋든 싫든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은 내 인생이라는 생방송에서 이미 지나간 씬이다. 때때로 이렇게 술 한 잔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밤새도록 머릿속에서 다시 상영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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