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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금 Apr 17. 2022

봄은 짧아 그러니 얼른 걷자

2022년 봄에 내가 만난 풍경들


나이를 먹을수록 몸 이곳저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불편함이 느껴진다.

정확히 점검을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해가 바뀌자마자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공복혈당이 두 자리가 아닌 세 자리 수치가 나왔다.

혈당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의 조언.

‘하.. 저는 원체 위장이 약해서 야식도 안 먹고 식사는 원래 규칙적으로 하고 음주는 가끔, 맥주 한 캔 정도가 전부인데 여기서 더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나요’

라고 생각했지만 이사 온 이후로 정기적인 운동을 안 하고 있으니 생존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만 했다.

(깨달음은 있었지만 사실 겨울은 그냥 어영부영 보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저녁 먹은 직후 10분 산책만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산책 중 마주친 찰나의 행복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밤에 보는 벚꽃이 예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밤에 보는 목련의 아름다움도 새삼 알게 되었다.



낮에 장도 볼 겸 운동도 할 겸 걸었던 천변에서 만난 개나리와 버드나무.

봄에만 잠깐 볼 수 있는 특유의 여리여리하고 애기같은 색감의 조화가 반갑고 덕분에 행복했다.



사실 이번 봄 가장 먼저 만났던 꽃은 동네에 핀 매화였다.

3월 말, 아직 춥다고 느껴질 때여서인지 그 부지런함과 튼튼함에 감탄했다.  



버스 정류장 가던 길에 만났던, 빗방울이 맺혀있는 산수유.

산수유를 볼 때면 몇 년 전 엄마와 함께 갔던 구례 산수유축제가 생각난다.

그땐 그래도 아버지가 지금처럼 거동이 불편하지 않을 때여서 엄마랑 따로 놀러 갈 수도 있었는데.. 더 많이 다닐걸 그랬다.


수목원에서 만난 풀꽃, 오일파스텔 그림



봄 산책의 정점은 집 근처 수목원 방문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며 주차장에 가득 피어있는 벚꽃이 보이길래 ‘저게 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벚꽃 전부인 거 아닐까?’ 했는데, 진짜 그랬다.

수목원은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곳이라 벚나무만이 주인공은 아니니까.

주차장에 심어놓은 벚꽃은 벚꽃 구경을 기대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2시간 정도 수목원 안을 돌아보았고, 그날 하루는 만보 이상을 걸었다.




느긋한 산책을 실컷 즐길 수 있도록

더위가 천천히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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