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 역시 나의 일부인걸
스스로를 깊게 할퀴었던 ‘그날’의 푸닥거리가 또 한 번 지나갔다.
생리 전 증후군
생리 시작 열흘 전부터 우울감과 짜증이 스멀스멀 밀려옴을 느낀다.
그동안 잘 다스려오던 스트레스가 휴화산 터지듯이 폭발한다.
그럴 때면 모든 관계를 끝장내버리고 싶어진다.
특히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건강검진 때문에 산부인과에 갔었을 때 증상을 이야기하고 피임약을 처방받았었는데,
내겐 맞지 않았다.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가 이 증상 때문에 잃은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돌아보니 큰 사건이 터진 날은 어김없이 ‘그때’였다.
직장도 그만두었고,
친구와도 크게 싸웠었다.
호르몬 작용은 흔히 말하는 ‘급발진’의 형태로 나타나 여러 번 내 일상을 망쳤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이런 상태가 내 성격 탓인지, 호르몬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켜본 결과 매월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걱정과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우울감이 유난히 크게 발현되는 것 같다.
컨디션이 회복되어 스스로를 돌아볼 때면 너무 억울했다.
매번 이렇게 호르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 남은 절반의 삶은 이 친구와 어떻게든 잘 지내고 싶다.
실은 날 떠났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니까.
일단 나는 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참이다.
설거지하다가 눈물이 나면 그냥 울면서 설거지를 한다.
저녁을 먹은 후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
스트레스가 될만한 요인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그저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매주 이렇게 글을 쓴다.
엉망인걸 잘 알지만, 완성도에 집착하지 않는다.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