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논란 중 하나는 '프로포폴'이다. 이제껏 수많은 연예인과 정계 인사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렸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최고의 화제는 한국 굴지의 모 기업 후계자가 불법 투약을 받으러 다닌 병원 간호사와 주고받았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와 진짜 깬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돈도 많고 최고의 엘리트 교육만 받아온 사람일텐데.이렇게 사람이 한순간에 없어 보일줄이야. 주변에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에게 대입해봐도 내손발이다 오글거렸다.
물론 친한 사이라면얼마든지유치한 말투로장난칠 수 있다.가족끼리도 마찬가지이다.사회에서도 어떤 상황과 장소이냐에 따라서일정 부분 용인된다. 가령 연극 막이 오르기 전 객석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야할 때처럼 말이다. <무한도전-명수는 12살>도 그렇다. 설정된 상황극 속에서 다 큰 성인들이아이들처럼 유치하게 굴어서재밌다.
하지만 실제 주변 사람이나 상사가시도 때도 없이 그런다면 어떨까. 그것은 더 이상 개그가 아니다. 악몽이다.
그는아마 상대방과 친하다고 생각해서 혹은 친해지고 싶어 내면의 순수한 아이를 적극적으로 꺼낸것일 수 있다. 하지만 대화 내용과 일방적인 몇몇 공백 (=읽기만 하고 답장은 안 하는 '읽씹')으로 볼 때 둘은 그 정도사이는 아니었다.일부 캡처된 것일지라도대부분한쪽이들이대는대화였다.만약에그가평범한 말투로만얘기했더라도 이 정도까지 회자되지는 않았을것이다.
우리는화려한 겉모습과말로드러난속모습이다를수록 충격을 받는다.홀딱 깨는 건 일순이다.충격의 여파는 오래간다.나도이 사건 이후로어쩔 수 없이 그가 달리 보인다.
겉모습 -옷차림이나 머리 스타일 등-은 나이상관없이 때와 장소,상황만맞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로 드러나는 속모습은다르다.'미성년'과 '성년'으로 구분되는 나이에 맞춰말도 자라야 한다.
좋은 말을 위한속모습 관리는운동처럼 하루빨리 시작하는게 좋다.그래야 내 말이건강하게 살아간다.
매일 하루 15분, 혹은 일주일에 두세 번도 괜찮다. 요새는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좋은칼럼이 많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브랜드 설립자의 인터뷰도 한번 찾아본다. 유튜브에는 쉽고 재밌는 인문학 강의들이 풍성하다. 10분, 5분짜리는부담이 덜 가서 좋다. 전자책, 오디오북도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속을 단장할 거리는일상에지천으로 널려있다.
보고 들은 후에는 내 생각과 느낌을 한두 줄이라도적어보는 게필요하다. 별로면 왜 별로였는지도 기록한다. 왜냐하면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발견과 재창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타인의 말이 아닌 '내 말'을 가지게 된다.
필자는 아쉽게도 속모습 관리의 중요성을 늦게 알았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생일 때는 보이는 이미지, 최신 트렌드, 겉모습에 더 집중하고 열광했다. 그때는 그게전부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속모습은 안중에도 없던 시기였다. 결국 22살 인턴 지원서에 "남의 돈 먹는게 쉽지 않다"라고 적고 마는 최악의 말실수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마음이 불안정하니생각과말이 요동쳤다.제때 하지 못한 표현들이 쌓여기를 짓눌렀다. 여러모로 내구성이 딸리는 시기였다.
과연 완벽한 화장이 완벽한 용기를 만들어낼까? (출처:https://www.splitshire.com/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처럼블랙 드레스를 사서 입고그녀의 말투와 행동을따라할 때, 마치나자신도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한껏 우아한기분이 든다.때로는 힘을 준겉모습이연약해진 속모습까지끌어올릴수 있으므로. 하지만 겉치장은 아무리 해도 한시적이다.실제 삶은 영화처럼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한곳에 멈춰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예측불허이고 겉모습은 시간을 거스르지 못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사물들이끊임없이 수시로 변한다.
반면 내 안의 속모습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청춘에 머무를 수 있다.겉모습보다 지속적이다. 힘을 준 속모습은 평범한 겉모습도빛나게 한다. 나만의 고유한 색을 개성 있게 드러낸다. 옷보다 생각과 말이 훨씬 더 방대하고 다채롭기 때문이다.
속모습이 안정적인 사람은나와 주변에 귀 기울일줄 알면서도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변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별할 줄 안다. 그래서 여유롭다. 여유야말로 가장 매력 있는 스타일링이자 설득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 중 '에토스(Athos-화자의 성품과 신뢰감)'는 단단한 나의 속모습에서부터 나온다.그곳에서진정성 있는 말과 태도가 태어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당연한 듯이, 좋은 속모습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가식으로 꾸며내도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게 말이다.가짜 말은 진짜 속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한 말이라 약하다. 작은 풍파에도 쉬이 흔들린다.그런 말은 덕지덕지 붙여봤자 무게를 못 견디고 금세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