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ESHOOP 리슙
Apr 30. 2023
나는 요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한히 솟아오르는 긍정을 올라타고 가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고꾸라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그런데 이것도 착각이다. 애초에 제대로 탄 적도 없었다. 기분만 내고 다녔다. 그저 머리를 박고,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고, 하루종일 눕고만 싶다. 확신으로 부풀어 올랐던 희망은 하루에도 여러 번 찔린다. 빵 터져서 뿔뿔이 흩어진다. 사람은 원래 깨지고 다시 붙는 퍼즐이었고 나는 내 조각들을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다. 안 보인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나. 부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지금 이 순간이 솔직히 부끄럽고 한심하다. 어지간히 한심하기는 한데, 어쨌든 여기는 내 자리니까 내 마음대로 쓰련다. 한 달에 한 번 브런치에 꼭 한 편은 쓰자고 결심한 탓에 어거지로 쓰는 중이다. 4월 30일, 딱 마감일이다. 그놈의 나와의 약속이 뭐라고. 누가 알아준다고 이렇게 쓰나. 피 섞인 가족도 오해하는데 이거 써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내가 아직 배가 덜 고팠나 보다(배고픔을 아예 안 느끼는 상태면 참 좋았을 텐데). 감사한 것을 찾으라, 너를 객관적으로 봐라 같은 이야기도 모두 '그딴 소리'로 들린다. 아무것도 안 들어온다. 거진 다 버겁다. 내가 내 주제를 그동안 몰라도 한참 몰랐나 보다. 나는 참 별 거 아닌 사람이었다.
이제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아주 조금 알겠는데, 나는 진짜 나를 하나도 모르겠다. 한 달 전에 간절히 바랐던 이해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이해는 안 올 것 같다. 지우고 싶은 4월에도 지우고 싶지 않은 행복한 미세조각들이 있다. 분명 안다. 그렇지만 마음에도 없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 짓는 건 지금의 나를 무시하는 일이다. 거짓이고 기만이다. 아무리 우울해도 거짓말은 하기 싫다. 그 행복은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얼마든지 써도 되니까 지금은 절망과 우울만 쓰겠다. 사실이란 건 늘 멋지고 좋아 보일 수가 없다. 그러면 사실이 아닌 게 된다. 멋지고 좋은 사실만 있는 건 삶이 아니라 C급 삼류 영화이다.
오직 스스로에게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의 다음 글은 다른 얘기를 하기를. 5월은 4월만큼은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