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츠나베에서 한국의 국물을 찾다

후쿠오카, 일본(10) - 22/08/2023, 저녁

by JUNE HOLIDAY


본문과 소제목에 제가 다녀온 장소들의 구글맵 링크를 연결해 두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모츠나베 라쿠텐치 하카타역점


뜨거웠던 나가사키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하카타로 돌아왔다. 왕복 5시간의 이동에 지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러나 비록 몸은 찝찝하고 눈에는 피곤이 가득했지만 '1일 5끼'라는 우리의 여행 목표는 변함없었다. 사실 이 날은 아침부터 바쁜 일정 탓에 삼각김밥, 나가사키 짬뽕, 아이스크림 카스테라 밖에(?) 먹지 못했기 때문에, 저녁은 꼭 든든히 먹어야 했다. 후쿠오카에서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하며 뜨끈한 국물과 밥까지 든든히 먹을 수 있는, '모츠나베'가 이날의 저녁 메뉴였다.


버스에서 눈을 뜬 시점부터 나는 구글맵을 켜 하카타 터미널 근처 '모츠나베'를 검색했다. 후쿠오카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었는데 하나는 후쿠오카식 닭 한 마리라고 할 수 있는 '미즈타키'였고, 또 다른 하나는 '모츠나베(일본식 곱창전골)'였다. 고기, 곱창, 국물, 거기에 짬뽕사리까지 꼭 먹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는 구글맵을 이리저리 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츠나베 라쿠텐치 하카타역점>이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편의상 아래부터 '모츠나베 라쿠텐치'로 줄임)


<모츠나베 라쿠텐치>는 전날까지 가보지 못했던 하카타역의 뒷골목에 있었다. 하카타역 뒷골목은 쇼핑몰이 즐비한 우리가 알던 하카타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야키토리 가게, 이자카야, 모츠나베 식당, 튀김집 등 술 한 잔 걸치기 좋은 식당들이 자동차 두 대가 지나갈 만한 골목 양쪽으로 쭉 들어서 있었다. 마치 건대입구역 뒷골목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떤 가게 사람들은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 가며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길을 찾던 중에 행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말을 걸며 호객 행위를 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였는데, 그 사람은 '한식 있어요'라고 한국말로 말하며 본인 가게를 가리켰다. 한국 사람의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하는 호객 방법은 꽤 전략적이었지만 우리는 오늘 기름진 곱창전골을 먹기로 굳게 마음먹은 터였다. 한식은 한국에 가면 실컷 먹을 테니.


<모츠나베 라쿠텐치>는 골목에서 꽤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 익숙한 듯 다르게 생긴 불판이 우리를 반겼다. 미끌거리고 끈적한 테이블에 팔이 닿는 순간 '우리가 정말 고기를 먹으러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장 양이 많은 세트로 2인분을 시키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가게는 한국 고깃집이나 술집처럼 왁자지껄했는데 한국, 대만, 중국 관광객들과 일본인 직장인들이 섞여 있었다. 우리가 시킨 메뉴에는 사이드 음식을 인당 하나씩 고를 수 있었는데 의사소통에 오류가 있었는지 '명란젓 하나, 김치 하나'를 주문했지만 '명란젓 두 개'가 테이블에 올랐다. 직원의 친절함과 주문의 정확성은 별개였다. 국물 요리에 김치가 빠지는 것이 약간은 아쉬웠지만 우린 전날에 이미 마트에서 산 '달콤한 김치'를 맛본 탓에 일본에서 먹는 김치에 별 기대가 없어 굳이 다시 주문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김치 없이도 구이, 전골, 그리고 짬뽕사리까지 느끼하지 않고 한국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아직도 저 돼지고기가 어느 부위인지 모르겠다. 중간에 굵은 뼈가 박혀있었다.


모츠나베에서 한국의 국물을 찾다


<라쿠텐치의 모츠나베>는 일본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칼칼했지만 김치찌개 같은 한국의 국물요리에 비하면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나베 국물을 앞접시에 덜어 매운 양념을 더 추가해 섞어 먹었다. 고추양념을 한 젓가락 듬뿍 넣어도 매운맛은 그리 강해지지 않았지만 나름 얼큰한 전골 국물에 우리는 점점 말없이 식사에 빠져들었다. 이때까지 신라면, 나가사키 짬뽕 등 국물 요리를 몇 번 먹었지만, 기름지고 뜨거운 국물과 면의 조합은 왠지 모르게 더 한국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뒤에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고 숙소에 돌아왔다. 여행 내내 적재적소에 배치된 라면과 국물 탓인지, 아니면 아직 여행 3일 차 밖에 되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그립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일이면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여행 3일 차는 (비교적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지 않은 도시를 방문함과 동시에, 일식을 먹었지만 가장 한국인스러운 식사를 한 날이었다. 이 날 밤 역시 첫째, 둘째 날 밤처럼 간단한 안주와 술 한 잔을 마시고 음악과 함께 잠이 들었다. 90년대~00년대 초반, 우리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의 발라드로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다 보니 어느덧 여행 4일 차를 맞이하기 위해 잠에 들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