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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Apr 10. 2023

좋은 질문이란

매거진<B> - '츠타야' 편을 읽고 

어쩌면 앞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 여행책을 살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올 겨울 두 명이서 홋카이도로 4박 5일 기차 여행을 갈 거야. 1일 차~5일 차 여행 코스 추천해 줘'

이 질문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 'Bng AI채팅'은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Chat GPT와 달리 Bing AI채팅은 질문을 해석한 뒤 AI 스스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을 바탕으로 답변한다. (Chat GPT의 경우에도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물론 초기 모델로서 갖는 허점 역시 존재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한다는 것은 Bing AI채팅만이 갖는 확실한 장점이다. 


 AI의 발전에 대한 감탄과 '내 직업이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시대, 어쩌면 역사의 새로운 첫 줄이 될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에게 전문가들은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권한다. 실제로 뇌과학자 정동선 박사는 한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Chat GPT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나만의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나만의 관점이 있어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인공지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도 좋은 대답(정보)을 듣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찰하기 위해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최근에 읽은 '매거진<B> - 츠타야'에 실린 인터뷰 몇 편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좋은 질문이란?

질문의 목적에 따라 좋은 질문의 의미가 조금씩 갈린다. 예를 들어 '청문회'에서 좋은 질문은 '날카로운 질문'을 , '심리 상담'에서 좋은 질문은 '답변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질문'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좋은 질문들은 '답변자와 질문자 모두 만족할 만한 정보를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공통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공격적이어서도 안되지만 핵심은 빠뜨린 채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도 안 된다. 이를 전제로 '매거진<B> - 츠타야'의 인터뷰 질문들을 분석해 보니 좋은 질문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고 있었다.


1) 질문자의 충분한 사전 지식

이 책의 인터뷰이 중 한 명인 '굿 디자인 컴퍼니'의 대표 미즈노 마나부는 이와 같이 말했다.


 'CCC는 센스가 좋은 기업입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수치화할 수 없는 장단점을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센스란 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식의 축적에 있습니다.' 


이는 '좋은 질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센스 있는 질문'이라고 한다면, 질문자는 질문을 하기 앞서 대상에 대한 상당량의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 매거진<B>의 인터뷰 질문들은 물음표로만 끝나지 않는다. '~ 같은데요', '~로 보입니다'와 같이 대상에 대한 질문자의 평가 이후 보다 세부적인 것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Q. 츠타야의 공간 비즈니스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트렌디한 상공간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뛰어넘어 문화적 영향력을 갖춘 랜드마크로 자리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부분이 이를 가능케 했을까요?
A.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잘 잡아낸 결과겠지요. CCC는... <이후 생략>


밑줄 친 부분처럼 질문 앞에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한 평가를 첨부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답변자에게 '듣고 싶은' 답변을 유도할 수 있다. 답변자가 한정된 범위 안에서 보다 깊은 답변을 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질문과 감탄 및 공감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인터뷰를 풀어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또한 질문자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고 답변하도록 유도한다. 어떻게 보면 답변자가 '신이 나서' 답변하게끔 만드는 스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특정 브랜드를 대상으로 취재하는 매거진<B>에 어울리는 질문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2) '개인'과 그가 속한 '집단', '세상'으로 질문의 세계관을 넓혀 간다. 

 패션 브랜드 '빔스'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인 쿠보 히로시와의 인터뷰에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인터뷰 초반은 쿠보 히로시라는 '개인'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빔스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크레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에는 범위를 점점 넓혀 쿠보 히로시라는 개인을 둘러싼 집단과 세상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다. 인터뷰의 전체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빔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여 패션 유통계의 화두, 일본 사회 내의 '생활에 대한 패션화'에 대한 질문등이 이에 해당한다. 쿠보 히로시 개인에 대한 질문에서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까지 질문의 세계관이 넓어진 것이다. 인터뷰 전체를 살펴보면 '개인' - '집단' - '세상' 순으로 단순히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상을 오가면서 질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질문을 넘어 '좋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답변자가 편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질문의 세계관을 넓혀가는 것', 이것이 내가 발견한 좋은 질문의 두 번째 특징이다.


3) 적절한 키워드를 통해 흐름을 잡는다.

 이는 위에서 말한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인터뷰 전반에 걸쳐 답변자에게 적절한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맥락 속에서 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도 다카유키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거진은 '츠타야'라는 브랜드를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인터뷰의 인터뷰이인 안도 다카유키는 <펜>이라는 매거진의 편집장으로, 현재 <펜>은 츠타야의 모회사인 CCC산하로 합병되었다. 내가 안도 다카유키를 인터뷰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펜>'과 <펜>이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된 'CCC'와 CCC의 대표 브랜드 '츠타야'를 중심으로 그들 간의 교집합에서 키워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 <B>는  '<펜>', 'CCC', '츠타야'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프리미엄 에이지(50~60대 이상의 ㅣ경제적 여유가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려는 욕구가 큰 사람들)를 중심 키워드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1~2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답변의 깊이를 키워주며, 인터뷰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인공지능에게 복잡한 코딩을 질문하는 것보다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간의 대화는 흐름과 맥락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뷰는 질문의 퀄리티만큼이나 분위기, 질문자와 답변자 간의 관계도 중요하다. 따라서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인터뷰 몇 편만 보고 좋은 질문의 특징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매거진<B>-츠타야'에 실린 정제된 인터뷰 질문들을 보면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생은 관계와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연속이다. 앞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과 일하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듣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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