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나몽 Aug 31. 2023

언감생심 세컨하우스 1

도시인의 한달살기 제주집 운영 일기의 시작

집 담보대출을 받았다.

당분간은 약간의 목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다.

부족했던 생활비에 보태 쓰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는데, 역시 통장 잔고가 사람의 마음을 배부르게 하는 것일까.


몇 달 동안 쪼들렸던 마음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고, 이대로 이 소중한 돈을 생활비에 야금야금 녹이면서 1,2년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의미로 다시 초조해졌다.  


당시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아우성인 상황이었다. 그 덕에 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월급 외의 또 다른 소득원, 이른바 "파이프루트를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 "돈이 돈을 벌게 해야 한다"는 말들이 넘쳐나던 때였다. 


 이렇게 애초에 제주도에 세컨하우스를 사려고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라, 주머니에 여유 아닌 여유가 생기자 결국에는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했다는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세컨하우스에 대한 생각의 시작


나는 경기도 남부의 어느 작은 도시에 어린아이 두 명과 살고 있었고, 남편과는 헤어진 상태였다. 이혼한 직후에는 재산분할금으로 그럭저럭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역시 나의 소득만으로는 생활이 유지되지가 않았다.


 나는 서울에서 일하는 전문직 자영업자다. 허울 좋은 직업을 갖고는 있었지만, 직업을 갖고 회사에서 조금 일하고 곧바로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연이어서 아이를 두 명을 낳고 키우면서.. 이미 경력 같은 것은 완전히 끊겨 있는 상태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전문직인데 형편이 낫겠지'라고 말하곤 했지만, 나의 경제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심각하며 이것은 나만 알고 있다.  겉보기엔 집도 있고, 직업도 있고, 아이들도 키우고 있고 그럭저럭 먹고사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내 직업의 특징이자 장점은,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이다.("시간이 많다"와는 다르다)


 단점은, 일이 매우 골치가 아프고 (사람들 인생의 가장 불행한 단면, 속세의 바닥과 맞닿아 있다. 내가 일하는 영역에는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영업이기 때문에 소득이 매우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갑자기 많이 버는 달도 있고, 전혀 벌지 못하는 달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요구사항은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적게 버는 시절에는 한없이 불안해진다.



 

2021년 초, 그때는 불안감이 절정에 달했었다.

그리고 아이들 양육과 경제적인 이유로 함께 사는 부모님과의 생활에도 불만이 쌓여가던 때였다.


손에 목돈을 쥐게 되자, 당장 현실의 불편감을 해소하고 싶었다.


'혼자 있을 공간이 너무 절실하다.'

'작은 원룸이라도 사놓자.'

'그래서 답답할 때는 혼자 그 원룸에 가서 하루, 이틀 지내다 오자.'


 이런 것이 본능적으로 끌리던 첫 번째 목표였다.


그다음으로는, 나름대로의 재테크 명목을 붙였다.


'그래, 언제까지 내 노동 수입으로 살 수 있겠어? 나도 투자란 걸 해보자.'

'주식이니 투자 같은 건 잘 모르니, 역시 가장 안전한 건 부동산이겠지.'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을 하나 사두면, 그냥 돈을 들고 있는 것보단 나을 거야.'

'나이 들어서 여자라고 무시받지 않는 건 집주인 밖에 없어.'

  


그 다음다음으로는,


'그래, 원룸이든 작은 집이든 하나 사고 나면, 집이 빌 때 에어비앤비라던지 뭔가 해서 사람들에게 빌려줘보자.'

'빌려줘서 부수입도 올리고, 나중에 팔 때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고..'

'장사 잘 안돼도, 그냥 내가 집 갖고 있음 되니까..'



오, 이건 일석삼조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에는 마침 원래 하던 일도 많이 줄어든 상태여서 회사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시간도 많았고,

원래부터 부동산 보는 걸 좋아했어서, 하염없이 '네이버 부동산"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집들이 있을까


재테크를 생각한다면 역시,

서울 또는 도심의, 교통이 편리한 곳의 신축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알아봐야 할 텐데,

 그땐 개인적인 바람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난 또다시 시골마을의 "버려진 폐가", "낡은 주택" 위주로 알아보다가 나중엔 서해안, 동해안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역시 기왕이면 바닷가지.' 이러면서.

부동산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오래 전에는 "네이버 부동산" 같은 것이 없었어서 한꺼번에 비교해 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원하는 지역의 지도를 켜고, "매매"나 "전세" 버튼을 누르고 가격대를 고르면 그에 맞는 매물이  보인다.


물론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여기 정보만으로는 집 상태를 자세히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대충의 시세와, '이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구나.' '오, 이건 좀 싼데?' 정도의 감은 잡힌다.



이렇게 충실하게 네이버지도를 통해 전국을 한 바퀴 돈 후,

대충의 시세와 집의 평수에 대한 감을 잡은 후,

경험적으로 네이버 부동산은 매물이 가장 늦게 올라오는 루트라는 걸 알아서(물론 아닐 수도 있다), 더 최신의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포털에 지역이름과 "단독주택" "급매" 등의 키워드를 넣고, 중개인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네이버블로그 글들을 훑어보았다.


물론 네이버 카페에 있는 "급매부동산", "시골 농가주택 벼룩시장" 등의 직거래 글도 샅샅이 살펴본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잘도 가고,

마음속에 몇 개의 매물이 남는다.




하.. 그런데 역시 비싸다.

가장 작은 집을 보아도,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돈의 2, 3배는 있어야 한다.


그럴 땐 좌절하지 않고, "부동산 경매사이트"로 들어간다.

경매는 일단은 접근해 볼 만한 가격으로 보인다.


역시, 권리분석 이런 거 나는 잘 모르겠고,

일단 집이 좀 이쁘게 생기고, 가격이 적당해 보이는 집을 3곳 정도 찜해두었다.


경매 기일은 이미 지나가버린 것도 있고, 한 두 달 이상 남은 것들도 있다.


당장 성과를 얻어내고 싶어 너무 오래는 못 기다리겠고, 약 10일 뒤에 경매기일이 잡혀있는 물건이 보인다.

제주도다.


좋아. 이걸 목표로 하자.


일단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되자, 그다음 할 일은 경매절차를 공부하는 것이다.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지만, 내 마음대로 하는 공부니까.

나는 정말로 이 물건에 대해 알고 싶었고, 실수 없이 경매에 참가하고 싶었다.


당장 서점에 가서 소액 경매 입문서를 2권 정도 샀다.

한 책의 내용이 정말 충실해서, 정독했다.

그 책의 설명을 토대로, 내가 찜한 집의 등기부등본과 유료 경매 정보를 프린트한 후, 한 줄 한 줄 형광펜을 그어가며 읽어보았다.


이 집은 선순위 저당이 크다던지, 임차인이 안 나가고 버틸 위험이 있다던지 등 책에서 읽은 큰 리스크는 없는 집이었다.

그러나..

대지가 공유지분으로 되어 있었다.


한 필지 위에 여러 집을 지은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낙찰을 받더라도 거의 은행대출이 안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물건이 있는 지역 근처 은행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대출 가능성을 알려준다고 해서 은행에 전화도 두어 군데 걸어보았다.


자세한 건 내 재산, 신용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어쨋든 대지가 공유지분이라서 대출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고, 어느 은행은 그냥 무응답이었다.


이렇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지가 "단독 지분"이어야 대출이 나온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런 식의 타운하우스 (비슷한 단독주택을 여러 개 지어놓은 집들) 집들 대부분이 대지가 공유상태라는 것이다. 어쩐지 그래서 쌌구나..



이 정도의 리서치를 마치고,

나는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