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정 하는 텃밭 이야기 170517

초보 도시 농부의 마음대로 경작하는 땅​​​​​​​​​​​

by 골드래빗

나는 원래 식물을 좋아한다.


사주에 물이 많아서일까? 식물을 기르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베란다에 상추나 대파를 심어서 먹기도 하고, 허브 화분을 키우며 힐링하기도 하였다.


올해 2월 어느 날, 구청에서 텃밭을 분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농사는 해본 적이 없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나 : “ 언니야, 구청 홈페이지 들어가서 텃밭 신청 하나만 해줘. 나도 신청할 거야.”

언니 : “ 나 바빠서 농사 못 짓는데?”

나: “ 응, 걱정 마. 당첨 확률 높이려고 하는 거니까 되면 내가 농사 지을게.”


몰랐는데 구청 텃밭은 경쟁률이 꽤 높다고 한다. 수도 시설도 잘 돼있고, 농기구도 있고 주변에 화원들이 많아 씨앗이나 모종을 사기 좋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다. 덜컥하고 언니네가 당첨이 되었다.



그래서 언니는 지주
나는 소작농이 되었다.



어릴 적 집 앞 공터에 엄마가 자그마한 밭을 하셨다. 여름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가 심부름을 시킨다.

“ 내려가서 깻잎이랑 풋고추 좀 뜯어와라.”

그렇게 텃밭 채소를 먹고 자랐던 유년의 기억이 있다.



집 근처에 텃밭이 있으면 얼마나 근사한가?
간단한 채소는 직접 키워서 신선하게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이 직접 모종도 심고 물을 주며 자연을 배울 수 있다.



친절한 구청에서 나 같은 초보 도시 농부를 위한 가이드를 나눠주셨다. 이거 보면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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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초

드디어 텃밭 오픈식이 있었고 어엿한 넘버가 달린 내 텃밭을 만날 수 있었다.


구청에서 기념으로 나눠준 퇴비 2포대를 밭 전체에 뿌리고, 모종을 심을 고랑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 다른 집들 해놓은 걸 보며 그냥 따라 했다.


근처 화원에서 잎채소 모종 (개당 200원), 대파 모종(개당 100원)을 구입했다. 씨를 뿌리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아서 이름 모를 채소들을 골고루 쇼핑한 거다. 미리 만들어둔 고랑에 간격을 고려하여 구멍을 내고 물을 듬뿍 부어준다. 그 후 모종 뿌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넣고 흙으로 꾹꾹 눌러주었다.

그리고 감자를 심었다. 씨감자는 싹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칼로 잘라서심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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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중순


모종을 심은 지 2주가 지나자 채소들이 무서울 정도로 많이 자랐다. 베란다에서 키우던 것들과는 성장 속도와 신선도가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감자도 그랬다. 과연 이 두꺼운 흙을 뚫고 올라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자연의 힘은 무섭다. 씩씩하게 싹이 올라왔다. 작은 감자 싹이 참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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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잎부터 뚝뚝 끊어서 비닐에 담으니 한 가득이었다. 집에 돌아와 잎을 앞 뒤로 살살 씻어서 야채 탈수기 에돌렸다. 물기를 빼고 냉장고에 저장하면 일주일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채소 부자가 된 후 우리 집 식단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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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2 – 고기류 1 – 잡곡밥 1)


기타 다른 밑반찬들은 거의 하지 않아도 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 준비가 더 간편해졌다. 편식쟁이 딸도 자기가 키운 채소를 마다하지 않고 잘 먹어 기쁘다.




#. 5월 초


감자 싹은 숲을 이룰 정도로 무성해졌고, 잎채소는 화가 난 듯이 쑥쑥 자랐다. 이제 한 번 밭에 가면 수확하는 양이 꽤 되어 언니네뿐만 아니라 시댁, 근처 이웃도 나눠줄 수 있는 정도이다. 채소 하나로 이렇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니 기쁘지 아니한가


20170507_131617.jpg <주말에는 남편도 농부가 된다.>




밭의 1/3은 아무것도 심지 않고 두었었다. 고구마를 심으려고 남겨두었던 땅이다.

학교 다닐 때 “감자는 뿌리, 고구마는 줄기”라고 그냥 달달 암기했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 줄 몰랐다. 하지만 고구마를 심겠다고 하니 엄마가 고구마순을 사서 땅에 꽂으라는 거다.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온다는 뜻. 공부할 때 이렇게 직접 심어봤으면 이해가 훨씬 쉬었을 텐데. 이래서 경험이 가장 좋은 선생님인가 보다.


마트에 가도 아직 고구마순이 없고, 버스 정류장 앞에서 채소 파시는 할머니들도 아직 안 나온다 하시고 화원에도 고구마 모종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고구마순이 그리웠던 적은 내 평생 없었던 것 같다.


화원에 들린 김에 방울토마토 모종(개당 200원)을 사서 나왔다. 아쉬운 대로 고구마 용도로 남겨두었던 땅에 고랑을 하나 내어 방토를 심었다. 다른 밭을 둘러보니 방토는 대를 세워 묶어줘야 하나보다. 농사를 이렇게 배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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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의 텃밭 가꾸는 시간은 딱 20분

물 주는 데 5분, 호미질 하거나 모종 심는 데 10분, 잎채소 따는 데 5분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고 이렇게 기쁨을 얻어간다.


텃밭 농사가 일이 되면 힘들어진다. 적정 선에서 욕심내지 않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나중에 진짜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더 많은 시간을 텃밭에서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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