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정 하는 텃밭 이야기 170530

초보 도시 농부의 마음대로 경작하는 땅

by 골드래빗

그렇게 애타게 찾던 고구마순을 찾았다.


이 동네에는 아무 데도 구할 수 없었기에 무작정 양재로 나가보았다. 양재에 채소 도매시장이 있으니 거기라도 가보 자라는 생각이었다. 양재를 가면 코스트코 건물만 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쇼핑이었는데 회원 갱신 안 한 지 몇 년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대형슈퍼를 가면 많이 사게 되어 자제하는 편이다.

양재는 늘 막히는 동네다. 자칫 잘못하면 경부선을 탈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써가며 운전을 했건만 길을 잃었다. 저쪽까지 가서 유턴해오자라는 심정으로 2차선 도로로 접어든 순간,




급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이렇게 친절하게 고구마순을 판다는 문구를 붙여 주시다니. 사장님들 복 받으실 거다. 차를 화원 앞에 대강 세우고 들어갔다.


사장님 : 지금 끝물이라 더 안 나와. 한 단 씩 밖에 안 파는데.. 밭이 얼마나 커?

나 : 돗자리 하나 핀 거 정도에 심을 거예요. 10줄만 있어도 되는데 T.T

사장님: 그냥 사서 먹는 게 낫겠는데. 마지막 남은 거니까 좀 빼줄게.


고구마순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나로서는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저 100줄을 어떻게 다 쓰지? 제일 싱싱한 놈으로 골라서 심어야겠다.


우선 밭에 고랑을 5개 만들었다. 초여름 오후 4시에 밭일을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양재 다녀오느라 시간이 너무 늦어졌고 아이 학원 끝나고 오기 전까지 심고 가야 되어 어쩔 수 없이 일을 했지만, 정말 힘들었다.



이제 고구마를 심을 차례다. 그냥 줄기를 꽂으면 된다기에 왼쪽 사진처럼 꽂았다.

어디선가 나타난 다른 텃밭 주인아저씨가 나를 불쌍하게 내려다보고 계셨다.


"고구마 처음 심나? 45도로 깊게 팍 꽂아서 심어야지. 그리고 구멍에 물 주고 흙을 단단하게 덮어."


이렇게 또 농사를 배운다. (사진과 다르게 실제로는 간격 조정해서 제대로 심었습니다.)


열심히 심고 있었더니 주변에 또 다른 할아버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 젊은 사람이 밭을 다 하네. 뭐 심나?

나: 네, 어르신. 가족 중에 농사 지을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해요.고구마 심고 있어요.

할아버지 : 저 많은 걸 다 심나?

나: 아뇨. 어르신, 좀 드릴까요?

할아버지: 그럼 나야 좋지. 좀만 주게나.


또 어디선가 50대 아주머니께서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아주머니: 어머~ 고구마순 어디서 구했어요?

나: 이 동네에 없어서 양재까지 가서 샀어요.

아주머니: 나도 구하려고 했는데 없어서... 남으면 나도 좀 줘요.

나: (아마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오신 느낌이 들었다.) 그래요. 저도 남는걸요.

아주머니: 고마워요. 저기 고랑과 고랑 사이에도 자리 좀 남아 보이네. 저기도 심구요. 상추 이거 두 개 말랐으니까 이거 빼고 심어요.


이렇게 고구마 한 단(100줄기)를 세 사람이 나눠 심었다. 모자람 없이 잘 심었고, 친절하신 농부 선배님들께 코칭도 받을 수 있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감자가 꽃이 폈어요.
옆 밭에서 날라온 씨앗인 듯 공짜로 자라고 있는 깻잎들 (잡초는 뽑아주겠어요.)
방울 토마토가 열렸어요.
열무가 엄청 자랐어요.
대파도 어른이 돼가고 있어요.
오늘도 쌈채소를 가득 담아서 돌아옵니다.




채소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궁금하시죠?

이렇게 한 번 밭을 다녀오면 일주일은 넉넉히 먹을 만큼의 쌈채소가 수확된답니다.


저는 코스트코에서 샀던 야채 탈수기를 이용하여 깨끗이 씻은 채소의 물기를 제거합니다.

아무래도 물기가 없어야 오래 보관할 수 있더라구요.

이렇게 손잡이를 누르면 안쪽의 채반이 돌아가며 물이 빠지는 구조예요. STOP 버튼을 누르면 정지된답니다.



여름이 가까워오니 채소가 너무 거칠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래서 쌈채소로 먹을 것과 얼려뒀다가 녹즙으로 갈아 마실 것으로 구분합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 거칠고 쓴 채소라서 봉지에 소분하여 얼릴 예정입니다.



비록 벌레 먹은 구멍이 뻥뻥 뚫리고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른 채소들이지만 이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농부의 마음일까?

요즘 날이 너무 가물다. 게다가 다음 주에 난 여행을 갈 계획이라 물을 주러 갈 수도 없다.

아무쪼록 비가 좀 내리고 텃밭 채소들이 물을 담뿍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2주쯤 지나면 열무를 뜯어다가 물김치를 담가볼 생각이고,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있을 거로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애정 하는 텃밭 이야기 17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