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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Jun 18. 2018

아파트, 내 인생 최대의 소비

세계 어디를 가봐도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 도시가 없었다. LA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 도쿄 오다이바 인근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맨션, 런던 한 복판의 공원 뷰가 멋진 고급 아파트, 파리 오페라 인근의 주상복합(?) 아파트들. 이렇게 중심지 외 도시 외곽의 아파트는 서민이나 이민자를 위한 아파트들이었다. 외국은 이렇게 아파트의 양극화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서울은 달랐다. 올림픽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김포부터 하남까지 강남북으로 아파트들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30년이 넘어서 이제 재건축을 기다리는 아파트부터 새로 짓고 있는 미래형 아파트까지 다양한 역사가 주변에서 공존하고 있다.
내가 신혼을 살던 아파트를 회사 후배는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라 하여 묘한 공감대를 가졌었던 기억도 있으니 말이다.

" 초등학교 때 5동 뒤 벚나무 버찌 따려고 막대기로 휘져었었는데 아직 그 나무 있어요?"

"응, 그 나무 버찌 떨어져서 내가 밟아 신발 다 버렸어.ㅎㅎ"



<출처: 연합뉴스 '둔촌주공아파트'>


나와 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사실 나 혼자 살 때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학교나 회사까지 지하철 한 번에 갈 수 있으면 되고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골목길만 없으면 됐다. 주변에 편의점과 김밥천국이 있으면 금상첨화였고.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아파트 구입의 잠재적 수요자로 분류된다.  두 사람의 회사까지의 교통편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있는지, 마트는 가까운지, 아파트 내 놀이터나 주차 시설은 어떤지 등등 고려할 것들이 정말 많아진다.


나도 첫 아파트를 장만할 때 시중의 온갖 부동산 서적을 다 파헤치고 많은 곳을 임장 다녀봤다. 하지만 결론은 딱 하나였다. 내가 살고 싶어 했던 아파트를 사자. 특히나 요즘처럼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한 시대에 기존에 적용했던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냥 자신의 정하는 기준에 따라 순위와 중요도를 체크리스트로 적어보고 찍으면 된다. 


그렇지만 만약 내가 산 아파트는 자꾸 가격이 떨어지고 매 년 세금만 내야 하며 낡아서 계속 수리비만 들어간다면? 혹시 누수라도 되어 아랫집 천장을 흠뻑 적셔 대대적인 공사라도 해야 된다면? 그건 그 누구도 원하는 결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차라리 아파트는 그냥 월세로 살고  개인연금을 납입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시대이다.


< 출처: 파이낸셜 뉴스>


그래도 아파트를 꼭 사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제대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대출은 물론 영혼까지 끌어들여 사는 인생 최대의 소비인 아파트를 잘 선택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3가지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1. 공급과 수요, 그리고 가격

" 2호선 라인 안쪽, 외곽 순한 도로 안 쪽, 제2외곽 순환도로 안 쪽을 사라"

" 인 서울이 답이다."

" 학군 지도에 따라 집값이 좌우된다."


틀린 말은 없다. 왜냐하면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나온 주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서울 안 쪽에 집을 사라고 한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거주 기간이 평균 6~12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전세 수요도 탄탄하고 더불어 매매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의 법칙은 계속 바뀐다는 점에 유의하자. 지하철과 광역철도가 촘촘히 서울 남북과 동서를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 교통이 좋고  대기업이 있는 수도권의 신축은 수요가 풍부하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가  책정된 신규 분양 단지도 일정 부분 버퍼를 두고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학군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혁신초 확대, 대입 정시 비중 축소와 외고/자사고 폐지 등의 정책 변화와 대안학교 및 국제 학교의 증가, 특수목적고의 전문성 강화 등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따라 학군의 의미도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학생 수는 줄고 기대 수명은 늘어나기 때문에 인생에서 학령기를 보는 시각이 변화되고 있다.



#2. 세대교체

젊은 사람들, 신혼부부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떠나는 동네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그들은 치솟은 전세금과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교통이 편하고 주변 시설이 깨끗한 곳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는다. 만약 내가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동네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다면, 초등학교 대상 학원들이 폐업하고 있다면, 대형 학원가가 철수하는 지역이라면 다시 한번 고려해보자. 최소 5년 뒤부터 집값에 신호가 올 것이다.


또한 산업의 변화도 눈여겨보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의 집값을 위협할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높았지만 지금 아닌 곳들이 있다. 사양 산업인 기계 공업,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중심인 곳은 잠재적으로 일자리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자체의 노력으로 관광산업 및 다른 대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반대로 디스플레이 산업, 4차 산업 중심의 반도체와 IT 등이 육성 산업인 지역은 일자리 창출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것이다.  이런 곳에 상업지구가 생겨나고 교통망이 구축된다.



#3.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보는 눈

과거의 부자들이 자식들을 위해 집을 사줬던 지역을 주목하자. 자식들을 분가시켜도 멀리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나중에 손주를 봐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주말에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근처에 살기를 원한다. 다만 본인들이 사는 지역의 집값이 너무 높다면 개발될 곳을 파악하여 입주권이나 재건축 물량을 사뒀다가 증여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식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언덕 위나 산으로 가로막힌 지역은 피하자. 왜냐하면 지역은 팽창하며 발전되기 때문에 이러한 곳은 주변이 개발되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아파트 근처에 비닐하우스나 방치된 그린벨트가 있다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을 실현하기에도 쉽게 토지 보상이 가능하고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1순위로 개발된다. 문정동 법조단지가 그렇게 비닐하우스촌에서 개발된 사례이며 지금은 판교 근처 금토 지구와 복정역 인근 스마트시티 개발 등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워라밸 문화가 안착된 4차 산업에 종사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직장인이 퇴근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상업 시설이 갖춰진 곳.
 아이들이 안전하고 교육을 받기 쉬우며
주말에 어디로든 여행 다니기 쉬운 곳을 선호하게 될 것이며
그런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음 세대의 주요 계층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미리 상상해 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는 4차 산업 종사자였지만 미디어나 항공업 등 다른 직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도 좋겠다. 더 넓게 본다면 남북 평화 시대에 경협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을 고려하여 위치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그 주변 부동산에 갔더니 북한 사람들이 일자리 찾아 내려오면 월세 주기 좋은 아파트라며 소형을 권해 받기도 했다.
 
기존의 투자 공식이 지금 맞지 않는 것도 많고, 사회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 끝만 놓쳐도 후회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신혼부부 특별 공급분이나 행복주택, 다자녀를 위한 청약 제도 등도 꼼꼼히 살펴보고 정말 내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honolulu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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