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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짝 Jul 16. 2021

인알못이라 턴키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인알못의 인테리어 턴키 시공기 01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매매 계약일까지는 대략 두 달에서 두 달 반 가량이 남아 있다. 이 말은 곧 인테리어 공사 개시일까지 딱 그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걸 뜻한다. ‘인알못’인 나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인테리어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 건지, 그게 실제 공사 과정과 비용,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따라서 최소한 어느 정도를 알아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딱 일주일 지나니까 알겠더라. 아, 시간이 엄청 부족하구나. 


‘32평이면 샷시까지 해서 올 수리하는 데 2천5백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씀을 뜯어보자. 이 말은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틀린 구석이 없다. 일단 2천5백으로 저 정도 공사를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의 목적을 ‘수리’하는 데에 둔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낡은 걸 뜯어서 새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공사라면 그럴 수 있다. 같은 욕실도 그냥 다 뜯고 타일 새로 까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것과 내가 원하는 예쁘고 화사한 욕실을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있던 타일 위에 새 타일 얹는 방식과 있던 타일 몽땅 철거하고 새로 까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나 같은 인테리어 무지랭이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겠다고 덤벼들 때 가장 ‘개노답’인 부분은 내가 뭘 원하는지 스스로도 막연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게 어떤 문제를 파생시키는지 딱 한 발짝만 더 나가보면, 내가 어떤 낭떠러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지 알게 될 거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면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에 가까워진다


방금 얘기한 문제와 인테리어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나 같은 이들은 인테리어 공사를 ‘턴키'로 맡길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여기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면 나로서는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다. 이 글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뜻이니까.


‘인테리어’라고 퉁치는 이 공사에는 정말 많은 세부 요소가 있다. 아파트를 예로 들 경우, 콘크리트 뼈대를 제외하고 내부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인테리어 세부 공사의 대상이 된다. 전기와 배선 작업을 하는 분들은 전기 공사를 하고 욕실이나 발코니 타일을 까는 분들은 타일 공사를 한다. 샷시 교체는 그것대로 따로 작업을 하는 분들이 있고, 도배는 도배 기술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인테리어 공사에 필요한 모든 세부 공사를 우리가 원하는 각각의 업체나 기술자에게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인알못이고, 당연히 그럴 지식도 능력도 없는 데다 그걸 쌓을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인테리어 공사를 턴키로 맡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세부 공사를 하나의 업체에 맡겨 총괄하게 하고 우리는 공사가 끝난 후에 말 그대로 현관 열쇠만 받아서 문 열고 들어가 살면 되는 거, 그게 턴키다.


턴키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치자(그거 아니면 달리 방법도 없다). 이제 업체를 선정해서 공사 계약을 해야 하는데 또 난관이다. 잘 모르는 사람 호갱 되기 십상인 여러 종목 중에서도 가장 이름난 분야가 인테리어라는데, 누가 인테리어 한 얘기 옆에서 들으면 잘돼서 만족한다는 말보다는 맘에 안 든다, 싸웠다, 바가지 썼다는 말이 더 많던데 믿을 만한 업체를 어디서 만나지? 그래서 보통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인맥을 활용한다. 직장, 교회, 이웃 주민, 동창까지 직접 아는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에서 한두 다리만 건너면 인테리어 하는 분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 소개로 하는 건데 큰일이야 있으려구’하는 맘으로 들 많이 맡기신다. 


그런가 하면 휴대폰 살 때, 중고차 살 때, 보험 들 때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경험으로 체득한 이들은 셀프 검색을 통해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본다. 아무래도 비교적 젊은 세대가 이런 쪽에 밝아서 많이 활용한다.


그럼 어떤 쪽이 더 결과가 좋은가 하면, 이 상태로는 답을 내릴 수 없다. 다음 스텝은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문의하는 것인데, 견적 요청을 어떤 모냥으로 하느냐에 따라 대충 그다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의 견적 또한 나온다 할 수 있겠다. 


암만 인알못이라해도 아예 백지상태의 지식을 가지고 견적 상담을 다닐 수는 없다. 짧은 시간이나마 졸라 압축적으로 인테리어의 이응까지는 공부를 해야 눈 뜨고 코 베이는 사태는 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흥미롭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망해도 뭐하나 남는 게 있을 것 같으니까.


3시간 후면 시험인데 이제 막 책을 펼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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