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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링 Mar 23. 2024

은행나무가 쏘아 올린 것

이불 밖은 눈부셔


작년에 줄기가 댕강댕강 잘린 

길가의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했어요.


'참 볼품없이도 잘랐네, 

누가 이렇게 우리동네 가로수들을 

쭉 바리깡으로 밀어 버렸지.'


그런데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 되었을 때,

그 댕강댕강 잘린 투박한 가지 끝에서부터 

은행나무는 참 많은 가지를쏘아 올려두었습니다.


볼품 없는 상태 그대로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나무보다 훨씬 적게 살고서

실패와 허무에 허우적 거리던 나는

숭고한 것을 본 것 같아뭉클해집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걷기를참 잘했다 

생각하는 아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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