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눈부셔
작년에 줄기가 댕강댕강 잘린
길가의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했어요.
'참 볼품없이도 잘랐네,
누가 이렇게 우리동네 가로수들을
쭉 바리깡으로 밀어 버렸지.'
그런데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 되었을 때,
그 댕강댕강 잘린 투박한 가지 끝에서부터
은행나무는 참 많은 가지를쏘아 올려두었습니다.
볼품 없는 상태 그대로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나무보다 훨씬 적게 살고서
실패와 허무에 허우적 거리던 나는
숭고한 것을 본 것 같아뭉클해집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걷기를참 잘했다
생각하는 아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