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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링 Sep 07. 2022

시계토끼의 등장

삼삼한 육아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시계토끼’를 기억하세요?

이야기 초반에 회중시계를 들고 “바쁘다, 바빠.” 라면서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끄는 그 수상한 토끼요. 

    

저는 오랫동안 이 캐릭터를 잊고 지내다가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대화를 이상한 방향으로 바꾸는 거니가 시계토끼처럼 느껴졌거든요.     


몇 가지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가장먼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식탁에 막 요리한 버섯볶음을 가지고 왔을 때 일입니다.


“이거 독버섯이에요? 독버섯으로 만들었어요?”     


거니가 반찬을 보자마자 '독버섯'이냐고 묻는 순간,

우리집 식탁에 스릴러가 한 스푼 끼얹어진 느낌입니다.

세상에는 식용버섯도 많은데, 어째서 거니의 머릿속에서는

독버섯이 가장 먼저 튀어나온 걸까요?

     

또 한번은 수제비를 끓이며,

“오늘 저녁은 수제비야~” 라고 알려주었더니,

1분마다 요리하고 있는 제 옆에 와서, 

“족제비 맛있겠다.”고 입맛을 다시고 가는 겁니다.     


‘수’에서 ‘족’으로. 한 글자 바뀐 것뿐인데, 

소탈한 가정식 ‘수제비’가 어쩐지 사냥꾼의 저녁식사 ‘족제비탕’으로 바뀐 것 같네요.


이밖에도, 철수세미를 ‘철수네’ 수세미로 말해서

분명한 소유자를 만드는가 하면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엄마 사랑'했었'어요.” 라는 과거형으로 말해서

이별 분위기를 흘리기도 하고,

“사과를 맛있게 먹었어.”라는 말을 

“내가 사과를 잡아먹었어.”라고 

흉폭하게 만드는 등의 일화가 있겠습니다.     


이런 일들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겠죠?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내다가도 

이 별거 아닌, 쓸데없는 대화들을

어딘가에 적어두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시계토끼가 더 크면,

더 이상 검은고양이 ‘네로’ 를 검은 고양이 ‘메롱’으로 부르거나

피터팬의 ‘네’버랜드와 놀이동산 ‘에’버랜드를 헷갈리지 않을 테니까요.     

조금 더 엉뚱한 시계토끼 곁에서 

작은 모험을 떠나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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