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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수 Oct 11. 2024

살아가는 이유

사소로운 추억 안에는 늘 사랑이 있었다

소중하고 빛나는 삶의 조각들이 모이면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사소하고 잔잔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이미 기쁨으로 간직되었기에 무엇보다 특별해진다.


가령, 처음 진영으로 이사 왔던 중학교 3학년 시절이다.

무서워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아빠랑 흔치 않게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갔던 밤. 낯선 길을 탐험하듯 골목골목 걸으며 수다를 떨어본 날이었다. 별 일 없이 그냥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그날은 그냥 아빠가 날 보며 웃고 같이 걸어서 좋았다.


또 하나는 더 어린 시절,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3살 터울의 어린 남동생이 처음 초등학교를 입학했는데, 태어나 처음 뽑아본 100원짜리 뽑기 캡슐에서 반지가 나왔나 보다. 그걸 누나에게 주겠다고 주머니에 소중히 가지고 와서 손가락에 끼워주던 빨간 플라스틱 다이아모양 반지의 추억.


외할머니 집에 놀러 간 여름방학 때, 할머니랑 동생이랑 옥상에서 돗자리 깔고 모기향 피우며 베개 베고 하늘의 별을 보면서 누워 잤는데, 새벽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온 기억.


키우던 강아지 난이랑 같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유채꽃밭. 그 위에서 신나게 뒹굴던 사랑했던 강아지의 모습. 아마 처음 목욕을 시켜준 날에도 수건 위에서 그렇게 뒹굴며 좋아했었는데.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더니, 행복했던 날을 떠올리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회상 속에서 선명하게 재생되는 추억들이 꼬물꼬물 움직인다.


지난 추억이 아름다워 웃고, 내가 느꼈던 사랑을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고양이들에게, 또는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다정히 말을 건넨다. 내가 행복하고 고마움을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사랑은 전할 때에 벅찬 기쁨이 채워진다. 그 사랑이 살아가는 곳의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힘이 나게 다독여준다. 아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한 날에도 낭떠러지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준다.


그게 사랑이고, 추억이고, 살아감인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더 사랑하고 사랑해야 한다. 사소롭지만 빛나는 기억들로 살아갈 이유가 또 하나 늘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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