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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사랑 앞의 불안정함

새드엔딩을 대비하는 습관

by 한은수

사랑은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른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소중한 것인가 보다.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내가 상처받지 않을 만큼 사랑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음을 사랑을 하며, 사랑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보며 비로소 발견하게 되었다.


사랑할 때 내 나름대로의 마음을 다하되, 나도 모르게 언제 끝이나도 받아들일 각오도 함께 하는 것이었다. 행여 무방비로 상처받아도, 내가 죽진 않기 위한 방어라고 해야 할까. 정말 소중하고 사랑하지만, 헤어져도 괜찮을 그런 각오…


나를 진심으로 소중히 대해주고 사랑하는 그를 알지만, 하루아침에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스스로 외롭게 만드는 것이다. 한 때일지도 모를 거라는 그런 비관적 생각들.


그의 사랑 앞에서 이런 내 모습이 못나고, 그가 알면 서운할 법한 일이지만 나는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겨왔고 그렇게 겪어왔다. 사람은 나약하고 당시엔 진심이었을지라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입체적인 존재라고 여겼다. 결국엔 죽을 듯이 사랑한다 하고도 생각지도 못하게 변하는 결말을 봐왔기 때문일까.


때때로 곧잘 깊은 생각에 차분해지다 못해 다운되는 나를 볼 때면 피곤하거나 아픈 순간에도 내 감정을 먼저 알아차려주는 남자친구는 신기하게도 나도 모르게 나를 웃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 내가 우울해진 것도 잊어버릴 만큼.


사랑해 주고, 그 사랑이 허울이 아니라는 것을 소중히 마음을 읊고 다독이며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의 사랑법. 그럼 나는 그 다정함이 고마워서 고마움을 전하며 서로를 위로해주곤 한다.


마음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은 고요하고 한적한 동굴에 햇살처럼 들어온다. 그를 처음 만난 날에도 햇살이 그를 비추는 창가에서 멋쩍게 웃고 있던 것처럼.


어쩌다 나는 그의 이상형이어서 첫눈에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고, 내 사소한 행동 하나가 그의 잊을 수 없는 모습이 되어 나를 찾게 만들었을까? 연애 초부터 줄곧 그는 내가 그의 이상형이라며 나를 만나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곤 했다. 단단히 씐 콩깍지가 신기했다.


모나고 예민하고 그래서 때때로 날카로운 내 말조차도 품고서 나와의 영원을 말하는 그가 언제까지 머물며 날 바라봐줄까? 싶은데 내가 그리 괴롭혀도 늘 나더러 예쁘다, 보고 싶다, 좋다 말하는 게 신기하다.


아무 꾸밈없이 꼬질한 나여도 예쁘다고 말하는 그 사람이. 그저 나여도 나여서 좋다는 그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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