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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가족

늘 그래왔듯이

by 한은수

밤새 풀벌레소리가 가득 들리는 여름밤.

열린 방문 너머 엄마의 잠든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

삶의 이 모양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해서 달리 생각하지 않아도 늘 그래왔던 내 삶의 모양.


시간이 지나고, 모습이 변하고, 나의 사회적 입장과 환경이 변해도 언제까지나 그대로인 것은 가족은 여전히 나의 가족이라는 것.


내가 아이여도, 성인이 되어도, 이렇게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어린 딸로 보이는 것.


그래서 아직도 간섭하고 싶고, 불안하고, 챙겨야 하는 딸이 앞으로 살아갈 삶들에 사랑을 담은 잔소리가 여전하다는 것.


그리고 그게 귀찮고, 그래서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사실 사랑하는 부모님의 눈빛, 손길, 그 사랑.


내가 어떤 모양으로 살아가도 부모님은 내 여전한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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